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탈북 공작을 담당했던 권영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부장 등이 1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에 맞춰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황 전 비서의 측근들에 따르면 권 전 부장은 12일 오전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시간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김 전 대통령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권 전 부장은 1994∼1998년 안기부장으로 일하면서 각종 대북 공작을 총지휘했다. 황 전 비서의 탈북은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성사된 쾌거였지만 그해 대선을 앞둔 ‘북풍’ 공작이 아니냐는 논란도 거셌다.
권 전 부장의 지휘를 받아 실무를 담당했던 이병기 전 안기부 2차장과 그가 이끌었던 공작팀도 이날 오후 빈소에 들러 육개장으로 함께 저녁을 하고 헤어졌다. 권 전 부장도 이 자리에 합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이 생겨 안기부 공작팀 전체 회합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황 전 비서와 함께 탈북했던 김덕홍 전 탈북자동지회장은 장례위원회 고문이면서도 13일 오후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당초 12일 오후 또는 13일 오전 조문할 예정이었다. 김 전 회장은 2002년 미국 방문 문제로 의견충돌을 겪은 뒤 황 전 비서와 소원해졌다. 그는 2009년 5월 한 세미나에서 “황 전 비서가 아직도 주체사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황 전 비서를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경찰 경호팀 요원들은 10일 황 전 비서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경호하고 있다. 북한의 암살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특공무술 유단자 등으로 엄선된 이들은 시종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빈소를 지키던 한 탈북자는 “경호팀이 첫날에는 정신없이 사태 수습에 주력했지만 이틀째인 11일부터는 황 전 비서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황망한 심정이 얼굴에 가득하다”고 말했다.
군인 출신 탈북자들로 구성된 북한인민해방전선(북민전)도 10일 밤부터 10명씩 조를 짜 빈소를 지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인 지난달 9일 발족한 이 단체는 인민군 대위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대표를 맡고 군인 출신 탈북자 200여 명이 회원이다. 김 대표는 “발인과 하관식에 회원 대부분이 참가해 경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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