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형 리더십과 친서민 기조 강화에 이어 여권 핵심부가 앞으로 역점을 둘 과제는 시민단체와의 관계 개선 및 충청권 민심 대책 수립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가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그가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대외비(對外秘) 보고서다.
여의도연구소가 지방선거 패배 후 작성해 7월 안상수 대표 체제 출범 직후 지도부 등 당 핵심 관계자들에게 보고한 ‘6·2지방선거 결과 분석 및 시사점 연구’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여권이 지난 수개월간 실행해온 주요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여권의 향후 과제를 △대통령 리더십의 변화 △친서민 기조 강화 △청년층 대책 △야권연대 대응책 등 4가지로 제시했다.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 화합’, ‘친서민 기조 강화’ 등에 주력해온 청와대와 여당의 행보가 반드시 이 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보고서의 제안 내용과 여권의 움직임이 거의 일치해 앞으로 여권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방향타로서 주목받고 있다.
○ “급선무는 ‘대통령 리더십의 변화’”
보고서는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를 거론했다. 6월 11, 24일 두 차례에 걸친 여의도연구소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그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리더십은 ‘대화와 소통’(응답자의 44.2%) 이미지였으나 국민이 실제 인식하는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70.5%)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당내 화합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당내 계파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그로 인해 여권의 국정운영 추동력을 떨어뜨려 총선과 대선 패배를 자초하는 치명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8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이 추진된 것은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고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 “야권연대에 대응하려면 시민사회와의 협치(協治), 충청권 대책 긴요”
여권이 최근 시민사회와의 관계 변화와 충청권 대책에 부심하는 것도 상당부분 이 보고서 분석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당내에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야권연대에 대응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면 두 가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관련해선 “국가경영이 시민사회와의 협치로 이뤄지는 시대 흐름을 적극 반영해야 하며, 보수와 혁신을 망라한 시민사회와 폭넓게 소통하려는 노력과 함께 중간지대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보단체 활동에 대해선 “직접적인 개입과 통제는 최소화하고 자율적 자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고 보수단체에 대해선 “(자체적인) 운동 방식의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전통적으로 한국의 선거는 연령으로 40대, 이념으로 중간층, 지역으로 충청이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세종시 논란 등으로 충청지역의 이탈이 매우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논란이 정리된 만큼 충청권에 새로운 마인드로 접근해야 하며, 그 핵심은 세종시 원안의 자족기능 확충에 있다고 봤다. 다른 지역이 반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안이 갖추지 못한 자족기능을 보완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
○ “2012년 선거 때 양극화 쟁점 될 듯”
보고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경제 양극화가 중심 이슈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선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친서민 정책 기조를 강화해 경제지표와 서민의 체감경기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장보다 분배(복지)를 중시하는 경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 싱크탱크가 만든 이 보고서는 사실상 여권의 차기 대선과 총선에 대비한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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