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들을 60년만에 보게될줄이야”
30일, 내달 3일 나눠 상봉… 南최고령 97세 김부랑 씨
“배 속에 있던 아들이 60년 만에 나를 찾는다니 정말 좋아서 잠이 안 와. 아이들을 만나면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먼저 간 아내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볼 것이 너무 많아.”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으로 다음 달 3∼5일 금강산에 가 북측에 있는 아들(60)을 만날 김재명 씨(91·부산 해운대구 중동)는 20일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자식들을 추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인 함경남도 풍산군 마을 청년들과 함께 “하루만 피신해 있다가 집으로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그는 당시 두고 온 어머니와 여동생 2명, 임신 중인 아내와 2남 1녀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있는 막내딸과 복중(腹中)에 있던 아들을 이번에 만나게 됐다.
장남 김광운 씨(64)와 손자를 만나기로 한 한신옥 씨(90·여·경기 의정부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딸 노안나 씨(54)는 “어머니는 평소 맏아들만 생각하면 자꾸 울음이 나와 아들 생각이 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며 “이젠 마음껏 울기도 하신다”고 전했다. 노 씨는 “어머니는 체중이 30kg밖에 안 나가지만 언젠가는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평소 기체조와 등산 등을 통해 열심히 건강을 유지해 오셨다”고 말했다.
평안남도에서 남편과 양복점을 운영하던 한 씨 부부는 6·25전쟁이 터지자 두 아들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황해도 근처에서 장남의 손을 잡은 남편과 차남을 업은 한 씨가 길을 잃으면서 헤어지게 됐다. 남편은 한동안 아내를 찾아 헤매다 다시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고 10여 년 전 건강이 나빠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사는 한자옥 씨(83)도 전쟁 당시 부인 박모 씨(80)의 배 속에 있던 딸(59) 부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한 씨는 충북 영동 부근에서 국군에 생포돼 남측 생활을 시작했고 전쟁이 끝난 뒤 새 가정을 꾸렸다. 박 씨는 한 씨와의 상봉을 거절했다. 한 씨는 “자기는 나를 기다렸는데 나는 새장가를 간 것이 못마땅했는지 알 수 없지만 섭섭하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딸에게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 측은 이날 100명씩의 이산가족 상봉단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 최고령자는 김부랑 씨(97·여)로 북에 두고 온 딸과 외손자를 만난다. 남측 상봉단은 모두 70세 이상으로 80대가 52명으로 가장 많고 90세 이상은 21명이다. 남자가 73명, 여자는 27명이다. 북측 상봉단 100명은 남측 상봉단에 앞서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남측 가족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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