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해군 중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비하지 못한 군 관계자들의 처벌 여부에 대해 “이달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지난달 근무태만 등을 들어 최 전 함장에 대한 사법 처리를 김 장관에게 건의했다.
군 관계자는 20일 “청와대가 최근 군 개혁을 강조하는 것과 46명의 희생을 생각할 때 사법 처리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장관은 앞으로 군에 미칠 영향이나 사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김 장관이 처한 딜레마를 전했다. 이 때문에 군은 여론의 동향을 민감하게 살피고 있다.
군은 지난달 사법 처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최 전 함장을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사건 당일의 교신 내용이 공개되면서 경계태세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다시 사법 처리 쪽으로 선회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최 전 함장의 사법 처리에 대해서는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 찬성 “경계태세 소홀, 허위보고”
군 검찰이 최 전 함장 등을 기소키로 한 근거는 군형법 제35조다. 교전이 예상되는 경우 전투준비를 게을리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군 검찰은 최 전 함장이 북한의 잠수함 기습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전투준비태세를 소홀히 했으며 사건 당시 시간이나 피격 방향 등에 대해서 허위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 야당 의원도 “사고 당일 교신 내용을 보면 경계태세준비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반대 “범죄 성립 요건 안 돼”
군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범죄 성립 요건이 안 된다며 군 검찰이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함대는 합참이나 해작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다”며 “합참에서는 1월에 경계태세를 해제했고 사고 당일에도 합참이나 해작사에서 대잠 경계에 대한 어떤 지시도 없었으므로 최 전 함장에게 근무태만이나 직무유기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곽경태 변호사도 “사법 처리 구성요건이 성립되려면 최 전 함장이 경계근무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거나 사건의 본질을 바꾸는 허위보고 등을 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조사 결과가 없다”며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 국방위원 대다수 “사법 처리 반대”
동아일보가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최 전 함장의 사법 처리에 대해 찬성 2명, 판단 유보 또는 무응답 4명, 반대 11명으로 반대 의견이 높았다. 반대한 의원들은 대부분 ‘징계’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여당 의원은 “최 전 함장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뚜렷하지 않은데 직무상의 문제로 사법 처리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당시 2함대사령부나 합참 등 작전을 지휘하는 상층부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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