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25일 그룹 오너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과 관련해 차명주식과 차명계좌, 무기명채권 등 비자금을 관리한 장부를 숨겨둔 곳으로 추정되는 신한은행 퇴계로금융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경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이 지점의 대여금고 등을 5시간여 동안 샅샅이 조사했다. 그러나 비자금 장부를 찾아내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당초 검찰은 이 장부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에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주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됐다. 세 번째로 다시 청구한 끝에 영장을 발부받아 21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열쇠수리공까지 불러 금고 등을 열고 서류와 다이어리, 메모지 등을 확보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1일 외환은행 퇴계로지점의 대여금고도 동시에 압수수색해 일부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25일 신한은행 지점의 대여금고를 추가로 압수수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은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바로 옆에 있으며 이 상무의 자택과도 가깝다. 검찰은 신한은행 본점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이 상무 등이 개설한 계좌의 거래명세서를 압수했다. 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 때부터 자금 관리를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이 상무는 이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제의 비자금 장부에는 비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개설한 차명계좌 명의자인 전현직 임직원 명단, 차명주식 목록과 명의자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 내에서도 이 비자금 장부의 존재 여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로서는 이 장부를 확보하면 비자금의 전체 규모를 일거에 확인이 가능한 셈. 이 장부를 확보하지 못할 때에는 일일이 차명재산을 찾아내 방대한 계좌추적을 벌여야 해 수사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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