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인허가 제도에 대해 대대적 수술에 나선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함으로써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규제의 기본 틀을 금지 위주에서 허용 위주로 바꾸고, 불필요한 인허가는 폐지하거나 축소하며, 인허가에 필요한 기간과 절차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먼저 금지 위주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기부금 모집의 경우 현행법은 국제적인 구제사업, 천재지변·재난 구휼사업 등 허가 항목 10여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를 영리 활동과 관련된 모금 등 꼭 필요한 사안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금 모집으로 나눔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법제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의 99%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으로 돼 있다”며 “시대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하고 행정기관의 재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분야 등 200건의 법령을 내년 말까지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현실에 맞지 않거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22건에 대해서는 인허가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한 예로 보육시설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1층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피난시설을 충분히 갖췄다면 고층에도 만들 수 있도록 해 직장보육시설 설치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또 지금은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사업자가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업무만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항공권 구매, 숙박업소 알선 등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돼 외국인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기 수도 등 계량기는 10년마다 정해진 형식대로 만들고 있는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처음에 한 번만 받으면 되게 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27건에 대한 인허가를 폐지하면 221억 원의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법제처는 추산했다.
인허가 기간과 절차를 줄여 사업이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이번 개선안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하나의 사업에 여러 기관에서 여러 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복합 인허가’ 사안에 대한 규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최근 늘고 있는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맞서 전통시장들이 환경을 정비해 손님을 많이 유치하려 하지만 전통시장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으려면 15개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 같은 26건의 사안에 대해서는 사흘 안에 관계기관들이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인가 여부를 빨리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또 인허가 처리 기간(20일)을 정해도 행정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자로서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축 분뇨 배출시설 설치, 학교 시설 건축 등 9건에 대해서는 20일 안에 행정기관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