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차관 내정 외교부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기대 “비주류로 외교부 쇄신 적임”… 우려 “조직장악-추진력 발휘 의문”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이 2차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한편으론 기대감을, 한편으론 우려를 나타내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 내정자는 2006년 5월부터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급)을 지내는 등 3년가량 외부에서 근무했다.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외교부에 대한 내부 인적쇄신의 기대감은 이 같은 민 내정자의 외부 근무 경력에서 나오고 있다. 바깥에서 외교부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만큼 외교부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보고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부에선 비주류인 호남 출신으로 전통적인 기득권 파벌이던 ‘워싱턴 스쿨’ 또는 ‘저팬 스쿨’과도 거리가 멀다. 한국외국어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또 통상파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차관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외교부 내 주류 중심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민 내정자는 외교부 경력의 상당 부분을 통상교섭본부에서 보냈기 때문에 외교부의 일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조직과 인사쇄신 등에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다. 주로 통상교섭 분야에만 정통한 그가 인사는 물론이고 다자외교, 영사업무 등의 매끄러운 일처리를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을 이끈 그에 대한 보답 성격의 ‘보은 인사’라는 지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각에선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구상이 청와대와 어긋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차관 인사는 외부에서 올 사람을 먼저 정하고 내부 인사를 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이번 인사는 내부 발탁이 먼저였다. 또 경기고 출신인 후배를 쓰지 않을 것임을 밝혔음에도 고교 후배인 민 내정자가 발탁된 것도 외교부와 청와대 간의 조율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민 내정자 발탁으로 사의를 표명한 신각수 제1차관 후임에는 경기고 출신이 기용되기 어렵게 됐다. 외부 인사로 차관을 충원할 계획이지만 외교부의 인사 및 조직을 총괄할 기획관리실장에 행정안전부 출신이 발탁돼 내부 인사가 충원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안호영 통상교섭조정관(외시 11기),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12기), 신봉길 국제경제협력대사(12기) 등 경기고 출신들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1차관 후보군에서는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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