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원 GP에 총격… 유엔사 오늘 특별조사팀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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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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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이냐 ‘물리적 대응’ 위협하자마자… 오발이냐 단 두발… 그나마 빗나가

《 29일 날이 저물기 전인 오후 5시 26분경 강원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비무장지대(DMZ) 안 최전방초소(GP)에서 총성 2발이 잇따라 울렸다. 1.3km 떨어진 북한군 GP에서 14.5mm 기관총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2발이 한국군 GP 하단부에 맞은 뒤 먼지를 일으키며 차례로 튕겨나갔다. 총탄이 튕겨나가는 것을 목격한 한국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K-6 12.7mm 기관총 3발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미 최고 수준으로 경계태세가 강화돼 있던 터라 DMZ 일대 GP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마침 이날 낮에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강원 양구군의 ‘펀치볼’ 지구를 방문해 경계태세가 한층 높았다. 》
총격 상황은 곧바로 합동참모본부까지 보고됐다. GP는 이어 두 차례에 걸쳐 “귀측의 총격 도발로 인해 자위권을 발동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귀측에 정전협정 위반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한국군 병사는 GP 밖으로 나가 GP 하단부에 2발의 탄흔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14.5mm 기관총은 단발과 연발 사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대응사격에 대해 군 관계자는 “비례성과 필요성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며 “현장 지휘관이 3발 넘게 대응사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총격사건 직후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총격이 일어난 지역의 GP와 DMZ 남방한계선에 있는 일반전초(GOP) 병력 전원을 경계태세에 투입했다. 또 전투기를 비롯해 육해공군 전력을 비상 대기시켰다. 합참에 따르면 총격 사건 이후 북한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일단 북한군 병사의 오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2발에 불과한 사격 발수와 1.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GP의 총안구 근처가 아닌 하단에 총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오발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도발이라면 최소 3, 4발 이상이 돼야 한다”며 “북한군이 우리 군 GP를 겨누도록 거치된 기관총이 워낙 민감해 총알을 갈아 끼울 때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오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 2발의 오발 사례는 지금까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참은 탄흔 지점이 GP 총안구에서 얼마나 아래에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소 하단에 맞은 것으로 볼 때 정확한 조준사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로는 북한의 도발인지 단순 사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필요하게 긴장 상황을 높일 필요가 없다. 총격의 의도성 유무는 신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과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오발 쪽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격의 의도성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30일 파견한 특별조사팀에 북한군이 얼마나 성의 있게 해명하는지에 따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총격 사건은 1990년대 이후 14번째, 2000년대 이후 4번째다.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2007년 8월 6일에는 북한군이 강원 인제군 북방 DMZ에서 남측 초소를 향해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바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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