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북한군의 남측 최전방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은 일단 북한 병사의 오발에 무게를 두면서도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남북관계의 흐름을 짚어 보면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난다.
북한은 지난달 7일 55대승호와 선원을 석방하고 10일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 등 유화공세를 편 뒤 남북 대화 과정에서 그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같은 달 24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26일 개성에서 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는 노골적으로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에 대해 “관광객 피격 사망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또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대북 쌀 지원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총격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우발을 가장한 도발’을 선택해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 했을 수 있다.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의 저강도 무력행사를 통해 정상회의의 안전 개최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에 ‘한반도 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중요 행사 때마다 무력 도발을 감행한 전력(前歷)이 있다. 북한은 2002년 6월 29일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창 열리던 상황에서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또 1987년 11월 KAL기 폭파 사건은 다음 해로 예정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염두에 둔 테러행위였다.
이날 총격을 불과 3시간 앞두고 나온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도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남북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북한의 군사실무회담 개최 제의를 거부한 데 대해 “(남측의)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북남 관계의 파국적 후과(결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통감하게 될 것”이라며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위협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곳에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한 확성기를 설치한 것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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