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입법로비 수사에 발끈하는 의원들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제2의 문석호 될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국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2일에도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반응은 ‘제2의 문석호(전 열린우리당 의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관측이 많다.

2006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문석호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5년 12월 김선동 당시 에쓰오일 회장으로부터 100만 원을, 그리고 김 회장의 지시를 받은 에스오일 직원 546명으로부터 1인당 10만 원씩 5460만 원을 받은 혐의였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10년까지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 안에 제2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 의원인 문 의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정치자금을 몰아준 것으로 간주했다.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는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규정이 근거가 됐다. 검찰은 수사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직원들을 시켜 정치자금을 소액으로 나눠 몰아주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 의원은 “계좌에 입금한 사람 이름만 보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후원한 것인지 알 수 있겠느냐”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법원은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5560만 원을 확정했다. 문 의원은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당했다.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는 이 사건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원들은 “선관위에 등록된 후원회 계좌를 통해 받은 합법적 후원금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후원자는 한 국회의원에게 낸 후원금 액수가 한 번에 30만 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총액이 300만 원을 넘을 경우에만 고액후원자로 분류돼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 신상이 공개될 뿐 10만 원 단위 소액일 경우엔 통장에 이름밖에 남지 않아 누가 왜 보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법 개정 없이는 검찰과 의원 간 공방이 앞으로도 계속될 소지가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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