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G20 회견]“G20, 세계경제 상임이사회 자리매김… 구체행동 옮길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11, 12일)를 앞두고 3일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전문적인 내용의 정상회의 의제를 상세히 설명하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G20 정상회의가 국제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 세계경제를 이끄는 ‘상임이사회’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겨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답을 통해 환율 공조, 개발격차 해소,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주요 의제의 논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
■ 환율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첨예하게 대립된 나라들도 경주 (재무장관 회의의) 합의 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토론하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후진타오 긍정 협력 기대”… 中과 의견접근 가능성

이번 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대통령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진전된 합의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다.

중국 런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논의될 것이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긍정적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구체적 시점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정부가 물밑 접촉을 통해 각국의 이견(異見)을 상당 부분 해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주 회의에서 20개국 경제 수장들은 환율전쟁을 막을 간접적인 해법으로 ‘경상수지 목표제’를 제시했지만 독일 일본 등의 반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 대신 “향후 예시적인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에 합의한다”고 성명서(코뮈니케)에 담았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는 시점에 대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말해 가이드라인 구체화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만약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면 환율전쟁 종식과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큰 이정표로 기록될 수 있다. 각국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국 통화의 가치도 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는 중국과 독일은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6.0%, 독일은 4.9%였다. 이 대통령이 후 주석의 긍정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놓고 미국과 함께 환율전쟁의 한 축을 이루는 중국과도 우리 정부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개발격차 해소 “G20 정상회의는 G20 국가의 이해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빈국 개발도상국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G20 정상회의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단순 원조아닌 자생력 강조하며 “北에도 해당” 강조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새로 추가된 개발의제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개발격차 해소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빈국(貧國)의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빈국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빈국들의 경제가 성장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그러면 선진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의 지속 발전과 균형 성장을 위해서도 개발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G20 국가를 합치면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지만 그 외의 국가가 170개나 있다. G20 정상회의가 G20 국가들만의 이해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인식해야 G20 정상회의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을 대상으로 이들 나라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했고 단순히 원조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잠재력, 경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행동계획을 선별해왔다. 그 결과가 이번 회의를 통해 ‘100대 행동계획’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개발의제는 북한에도 해당될 수 있다”며 서울 정상회의의 결과를 남북간 개발격차 해소 구상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 금융개혁 “IMF는 아주 나쁜 인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IMF에서 돈을 빌려 쓰면 그 나라가 망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다 거부했다.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 IMF의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IMF 대출제도, 한단계 높은 금융안전망 협의 선언

G20 재무장관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첫 단계인 IMF의 위기예방대출제도에 합의했다. 한 나라의 위기가 세계의 위기로 곧바로 전파되는 시대인 만큼 ‘위기 이후’의 지원이 아니라 ‘위기 이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IMF는 아주 나쁜 인상을 받고 있다. IMF의 돈을 빌려 쓰면 그 나라가 망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받기 때문에 (위기 조짐이 보여도 대출을) 다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IMF 대출제도 개선을 환영하면서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안전망을 협의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IMF가 탄력대출제도(FCL·Flexible Credit Line)와 예방대출제도(PCL·Precautionary Credit Line)에 합의했지만 좀 더 진전된 것이 없을까 하는 문제도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IMF 대출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지역 안전망과 연계하고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글로벌안정메커니즘(GS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은 신흥국들이 금융안전망을 믿고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상당수 선진국이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반대했지만 한국 정부의 설명과 설득에 지금은 일부가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국내현안 “헌법 개정 문제는 대통령이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것보다는 국회가 중심을 가지고 해야 된다. 저는 직접 주도할 생각이 없다.”
남북정상회담 답변 않은채 “北 G20 도발 않을 것”

이명박 대통령은 3일 50여 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과 답변의 대부분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슈에 할애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선 원론적 답변만 했다.

이 대통령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주요 국제행사를 앞두고 발생했던 북한의 도발을 염두에 둔 듯 “세계 정상들이 모여 국제 이슈를 다루는 이 모임에 북한이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의 도발 및 국내외 진보단체의 폭력시위 가능성에 대해서는 “G20은 선진국만의 회의가 아니며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 및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만큼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살려내 세계경제를 살린다는 점에서 G20은 시위 주도 단체의 목표와 일치하는 만큼 시위를 자제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G20 주최국 지위를 내놓은 뒤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국가의 위상이 한번 올라가면 그것을 지키고 그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며 “정부 기업 국민 정치권이 힘을 합쳐 국격을 지켜내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하루 자율 실시되는 차량 2부제 방안에 대한 일각의 부작용 우려에 “과거 정부는 국제행사 때 강제적 2부제를 한다거나 했지만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감안해 강제 대신 자율적인 2부제 실시를 권유하기로 했다”며 “자율적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유의 농담을 몇 차례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갔다. 개헌 이슈에 짤막한 답을 내놓은 뒤 “오늘 이 문제(개헌)는 너무 크게 다루지 말고 G20을 다뤄달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었다. 또 지난달 G20 참가국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때 ‘합의 못 하면 버스나 비행기 가동을 않겠다’고 했던 농담을 이번에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때는 (참석자들이) 상업 비행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정부가) 공항만 폐쇄하면 됐지만 이번 정상들은 전부 자기 비행기를 타고 와 막기 힘들다”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이날 회견에는 리비 베르트랑 주한 프랑스대사관 공보관이 참석해 회견 진행을 세심히 지켜봤다. 프랑스는 내년 상반기 열릴 6번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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