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일각 대선후보 거론, 전혀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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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인터뷰

《"지난 4년간 세계 오지를 다니며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한국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유엔사무총장에 '한국인 반기문'이 선출돼 온 국민을 감격케 한지도 지난달로 4년이 지났다. 그가 유엔의 수장이 된 것은 많은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국제사회, 국제기구를 향한 꿈을 키우게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반 총장을 출국 전날인 13일 G20회의장 바로 옆의 숙소인 오크우드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반 총장은 4년간 세계의 오지에서 만난 한국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국 청소년들이 국제사회에 많은 눈을 돌리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왜 이 학생이 여기 와 있을까 생각했죠. 사실 얼마나 고생스럽습니까. 진짜 그 고생은 서울에 있는 분들 상상하기 어렵겠죠. 이게 우선 긍정적입니다. 세계적인 비전을 갖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시각을 가지면 할 일이 많습니다. 본인의 능력과 비전 개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사회가 한국인에게 기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이 이만큼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어느 기준으로 따져도 전 세계 15위 이내에 다 들어갑니다. 자동차 등 상품 제조능력, 수출능력, 국내총생산(GDP) 등이 다 15위 안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민주화, 정치적 성숙도 등도 높아졌고 투명성 있고, 책임감 있는 사회의 기준도 올라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국제공여국으로의 전환에 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규모 평균치(0.7%)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위상에 비춰 적절한가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sannae@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sannae@donga.com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참여하면서 과거 수원국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원조 공여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여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수준을 유엔이 추구하는 0.7% 수준으로 달성해야 합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국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한국 정부의 부담도 만만치 않겠지만 역시 나눔의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이번 G20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제시한 개발협력 의제가 개발도상국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자립에 초점을 맞춘 반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는 재정적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향점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유엔과 G20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습니다.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두 가지가 경쟁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DGs는 9월 유엔총회 기간에 행동과제를 채택했고, 서울에서도 합의가 됐습니다. 이것이 연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MDGs 달성에 추동력을 얻었다고 봅니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목표가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유엔사무총장 자격으로 참여해 개발문제에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선견지명있는 지도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G20의 중요성에 스포트라이트가 워낙 집중되다 보니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유엔의 위상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시각이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G20의 인구, 경제적 비중이 80%가 넘기 때문에 거기서 결정하는 것이 국제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발족 경위가 선진국에서 발생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2008년 12월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 유엔도 발족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1차 G20 정상회의부터 'G20 국가들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과 절약정책을 쓰는 것은 대환영하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개발도상국의 어려움과 빈곤 극복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G20 국가들이 서로 투명하고 포용해야만 정통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런 건의를 처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이 유엔 총회에 와서 직접 설명했고, 안호영 G20대사도 설명했습니다. 저도 16일에 유엔에서 한국 대표와 차기의장국 대표, 유엔총회의장과 함께 서울회의 경과를 보고할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G20 정상회의는 유엔의 정통성을 미약하게 만드는 것이 절대 아니고 상호보완적인 것입니다."

―한국 야당에서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도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실패한 정상회의'라고 평가했는데요….

"보는 시각이 다른데, 경상수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나 환율문제 등은 이번 정상회의 개최 전에 전 세계의 우려이고 관심사였습니다. 자칫하면 서울정상회의 자체가 환율문제에 묻혀 겉돌 뻔했습니다. 완전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주에서 열렸던 재무장관 회의,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이 조정력을 발휘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여러 정상에게 전화해서 개입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전체 국제경제나 개발문제를 흩뜨릴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큰 다행이고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개발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100대 실천 과제를 만든 것은 유엔은 물론이고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총평을 하신다면.

"총 다섯 차례 열린 G20 정상회의 가운데 어느 때보다 성공적이라는 게 참석했던 정상들의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실질적 내용면에서 구체적 성과를 많이 이끌어냈습니다. 6월 토론토 정상회의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했고 모든 결정을 서울 회의로 다 미뤘습니다. 당시 공동성명 가운데 8개를 서울에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프랑스로 결정을 미룬 것이 한두 개 있지만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대부분 합의가 이뤄져 전반적으로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문제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되고 100대 실천과제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조직과 운영이 잘 이뤄졌다는 것이 정평입니다.

외국 정상들은 한국인들이 일을 잘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와서 조금의 차질도 없이 완벽하게 컴퓨터처럼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G20 때마다 시위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소요없이 진행됐습니다. 그런 것들도 다 인상적으로 느낀 것 같습니다. 외국 대표들이 이런 모습은 처음봤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첫날 리셉션과 만찬이 이뤄진 국립박물관의 규모와 내용에도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국립박물관을 처음 보고 놀랐습니다.

―유엔은 매년 더 큰 규모의 총회를 여는데 행사 준비능력을 비교한다면?

"유엔에서 매년 크고 작은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지난 9월에도 140여국 정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유엔은 총회가 열릴때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습니다. 유엔에 그런 경호 및 치안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유엔총회는 한국처럼 정상들의 의전을 세세하게 따져 준비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정상들도 그런 것(불편)을 감내합니다."

―북한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공격 주체가 누군지 모호하다고 주장합니다.

"의장성명을 잘 읽어보면 누가 (공격)주체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정확하게 명시 했었으면 좋을 수 있었겠지만 국제적인 현실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합의의 산물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성명서를 통해 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총장님의 특사인 린 파스코 유엔사무국 정무담당사무차장이 2월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의춘 외무상 등을 만나고 돌아왔지만 북한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고 그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됐는데요.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지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방북을 포함해 언제든지 제가 기여할 용의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 사무총장이 됐을때와 지금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그동안 업무 수행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시나요.

"지금 국제사회가 다중적인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데 유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중적 위기란 현재 당면한 경제위기, 기후변화, 물부족, 식량 및 에너지 부족, 인권 탄압. 민주화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를 어떤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집이 필요합니다. 제가 그런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자평합니다. 저는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빈곤 퇴치, 질병 예방, 교육 증대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수십건 쏟아지는 중요한 결정을 마주할 때 어떤 기준으로 다루시나요.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는 항상 합리성과 객관성을 떠올립니다. 어느 면에서 보면 상식이 가장 중요하지요. 10명 가운데 6,7명 정도가 내 판단이 옳다고 얘기하면 저는 그것을 택합니다. 그런 원칙과 합리성이 모이면 옳은 결정이 나옵니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차기 대선 후보 영입에 대해 말하면서 총장님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그런 언급은 유엔 사무총장 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제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고 그런 국민들 기대에 맞춰 열심히 일하는 데, 그런 언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겁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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