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최규식 강기정 의원 측 관계자 3명을 전격 체포한 데 대해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 심사를 거부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사팀으로서는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강수를 둔 만큼 더 물러설 자리도 없는 상황이고, 검찰 수뇌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서울북부지검의 청목회 사건 외에도 농협, 산재의료원 노조, 일부 대기업 노조 등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는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 검찰의 ‘정치권 손보기’?
검찰의 칼날이 그간 합법적 외형만 갖추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소액 정치후원금을 잇달아 조준하면서 ‘기획수사’ 논란이 일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은 대개 제보자나 고발인이 있거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의뢰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무조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해명처럼 청와대나 여권 내부에서 지금까지 특별히 정치권 개혁 등을 명분으로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기미도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 들어 ‘검사 향응 접대’ 사건과 ‘그랜저 검사’ 사건 등을 거치며 검찰 내부에선 자신들을 부패집단으로 매도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8월 25일 열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 대신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여야 합의로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 하느냐”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그 직후인 8월 30일 전국 특수부장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더 이상 참지 마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치고 나가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정치권을 콕 집어서 언급한 건 아니지만 직전의 청문회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됐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후원금 수사 당분간 계속될 듯
검찰 안팎에서는 당분간 ‘청목회 사건’과 비슷한 구조의 정치후원금 수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 물론 협회나 노조 같은 이익단체가 이해관계가 걸린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임직원 명의로 소액후원금을 쪼개서 내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이번 일로 그런 관행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제보가 검찰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합법 후원금을 가장한 입법로비 의혹 수사는 앞으로 검찰 특별수사의 ‘단골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에는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뒷돈이 오간 전형적인 뇌물 사건에 한정해 정치인을 수사했지만 이제는 정치자금 조달의 양태가 많이 달라진 만큼 수사의 대상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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