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감세논쟁 어디로]안상수 대표와 당청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MB “부자감세 프레임에 걸려 이상해져… 黨서 빨리 결론을”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월례 조
찬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월례 조 찬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의 기조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다. 이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조속히 논의해 결론을 내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월례 조찬회동을 갖고 “이미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는 많이 됐다. 지금 논의되는 부분은 감세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세율) 상위 부분의 감세”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모호하긴 하지만 현재 여권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감세 부분 철회’ 논쟁에 대한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 오해 섞인 논쟁이 안타까운 대통령

이 대통령은 우선 그간의 부자감세 논쟁에 오해와 잘못된 논리가 깔려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회동에서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에 걸려 이상하게 돼버렸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세율은 낮춰서 1인당 세 부담은 줄이지만, 세금 회피자를 찾아내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세원(稅源)은 넓히는 게 옳다’는 평소의 조세 원칙을 강조하면서 향후 논의과정에 원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는 충분히 진행됐으며, 현재 논쟁은 ‘꼬리’에 해당하는 상위(고소득층)의 감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2008년 집권 이후 법인세를 2차례 인하했다. 이때 수혜자는 대체로 법인세가 1억∼2억 원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었다. 또 약 1000만 명에 이르는 연소득 8800만 원 이하인 대부분의 월급생활자 및 자영업자는 이미 2008년 말 소득세가 2%포인트 낮아져 감세 혜택이 주어졌다. 지난해 발간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소득 8800만 원 이상인 국민은 2008년 기준으로 20만6400명(봉급생활자 7만9700명, 자영업자 및 별도소득 있는 봉급생활자 12만6700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꼬리’라는 표현을 쓴 것도 1100만 명을 넘어서는 납세자 가운데 2%가량인 20만 명에 해당하는 일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신속 매듭 방침 … ‘공’은 한나라당으로

당청 회동 이후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는 “대통령이 감세폐지론자의 손을 흔쾌히 들어준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당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이 정부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공’이 청와대에서 한나라당으로 넘어왔다는 점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다만 여권 전반에는 “어떤 식이든 결론을 빨리 맺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결론은 이번 정기국회 때 내려질 것 같다. 그러나 법제화는 상황에 따라 당장 할 수도, 내년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혼선 원인은 현재 여권에서 2012년 총선·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인 그룹과 현 정부의 정책철학 견지를 중시하는 정책참모 그룹 사이에 감세정책을 놓고 단층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012년 수도권 선거 참패를 우려하는 의원들의 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세를 놓고 감세원칙을 깬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계속 원칙 훼손을 요구받을 텐데 걱정…”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다만 22일 열릴 예정인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중구난방으로 발언이 나오는 것은 사전 조율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것이 여권의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안 대표에게 “당에서 먼저 결정짓지 말고 논의하는 과정에 정부와 협의하라”고 한 말도 이런 뜻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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