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減稅)와 증세(增稅) 중 어느 쪽이 경제에 이로울지 경제학자들도 의견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나라당이 감세 철회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소득불균형 해소’와 ‘재정건전성 제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향후 감세 철회를 최종 당론으로 결정해 밀어붙이더라도 ‘부자 감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감세 철회, 재정건전성 높이기 한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를 주장하며 “그동안 글로벌 경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소득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 4개 구간 중 나머지 3개 구간은 다 2%포인트씩 낮춘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구간만 유지해봐야 늘어나는 세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로 늘어나는 조세수입은 연간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결산기준 총수입(255조3000억 원)의 0.2% 수준이다. 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 때 늘어나는 조세수입(약 3조2000억 원)보다도 훨씬 적다.
그러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세금을 깎아주면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를 살린다”며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누가 더 혜택을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부 조세 전문가는 감세 철회를 양극화 완화라는 관점에서 찬성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득세는 직접세여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이 부과할 경우 소득 재분배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 부자 감세 논란은 지속될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철회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한나라당이 부자 감세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하지만 조세 전문가들은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더라도 부자 감세에 대한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부자들의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를 살리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이를 부자 감세라는 이름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선거를 앞둔 정부는 감세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부자 감세라는 정치적 논란보다 앞으로 늘어날 복지예산을 감안할 때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실시하고 소득세 인하만 철회하면 두 세제 사이 세율 차가 커지는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조 본부장은 “세율 격차가 커질수록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난다”며 “똑같은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개인사업등록자와 법인사업등록자 사이의 세율 차가 크면 모두 세율이 낮은 법인사업으로 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은 “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는 과표가 제대로 노출되지 않고 각종 공제혜택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소득세가 높지만 그만큼 혜택도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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