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목회 3명 검찰 공소장 입수… ‘입법로비’ 의원 38명 명단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의원들에 “도와주면 후원”… 6명에겐 현금으로 전달… 총 3억830만원 제공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38명의 국회의원(후원회 포함)에게 총 3억83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17일 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최윤식 청목회 회장, 양동식 사무총장, 김영철 추진본부장(이상 구속 기소) 등 3명에 대한 서울북부지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청목회는 2009년 2월부터 올 5월까지 국회의원 38명에게 200만∼5000만 원씩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금 액수별로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5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권경석,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2명이 2000만 원씩, 한나라당 신지호,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9명이 1000만 원씩이었다. 또 500만 원이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500만(5명)∼1000만 원(1명)과 후원자 명단을 함께 건네받은 의원도 6명이어서 합법적인 소액 후원이 아니라 대가성을 띤 입법로비 성격이란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 의원 3등급 나눠 2000만-1000만-500만원 차등 ▼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금을 현금으로 받은 뒤 영수증을 발부하지 않을 경우 불법이 된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17명 △민주당 11명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등이었고, 상임위별로는 청원경찰법 통과 ‘1차 관문’ 격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최규식 의원을 제외하고는 청목회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권○○’ 등 성(姓)씨와 후원금을 받은 날짜, 장소, 후원금 액수, 후원회 계좌 등만 적혀 있다. 본보 취재팀은 38명의 이름 확인을 벌였으나 후원금을 현금으로 받은 6명과 주모 이모 의원 등 총 8명은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검찰은 청목회가 상당수 의원들을 면담해 법 개정을 요청한 뒤 “도와주면 단체 차원에서 후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정치자금법상 불법인 ‘단체후원금’이란 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갖가지 묘안을 썼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청목회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 대해서는 2009년 4월 청원경찰 가족인 길모, 강모 씨에게 500만 원씩을 최 의원의 후원계좌로 입금토록 했다. 그러나 고액 후원자(최대 500만 원)의 경우 신원이 공개된다는 점을 우려한 청목회는 같은 해 6월 이를 돌려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7∼17일 청목회는 다시 서울지역 청목회원 200명에게 10만 원씩 2000만 원을 최 의원 후원계좌로 보내도록 했다. 신원이 노출되지 않은 ‘1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자’로 가장하기 위해 10만 원씩 ‘쪼개기’를 한 것이다. 이어 최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비서관 정모 씨(여) 명의의 계좌에 1000만 원을 입금하고 보좌관 박모 씨에게 직접 현금 2000만 원을 건넸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는 총 후원금 1000만 원 중 현금 500만 원을 후원자 명단과 함께 건넸고,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에게는 유 의원의 보좌관 이모 씨 계좌로 1000만 원을 입금한 뒤 후원자 명단을 보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청목회는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 거쳐야 할 행안위,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의 소속 의원을 3등급으로 분류해 2000만 원, 1000만 원, 500만 원 등으로 후원금을 차등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법률 개정과 관련된 일을 총괄하고, 양 사무총장과 김 본부장은 국회의원 면담을 추진하고 돈을 전달하는 등 청목회는 역할을 분담해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공소장에서 밝혔다.

최규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퇴직 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등 각종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의원 전원 동의로 통과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가결돼 올 2월 공포됐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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