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이 감세(減稅) 논란을 촉발시키며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다. 올 2월 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 7월 최고위원에 뽑히면서 당직에 복귀한 그는 특유의 독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19일(금)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2013년에나 시행될 감세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시행철회 법안을 냈다. 한나라당을 공격하기 위해서다. 감세에 반대하면 ‘부자정당’이라고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지를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이 만든 프레임에 넘어가는 것 아닌가.
“실제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이미 부자정당이라고 낙인찍혔다.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 ‘감세효과’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국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2012년 총선, 대선 때 야당이 내걸 간판은 ‘부자정권 종식’이다.”
―감세하지 말자는 이유는….
“한국의 보수가 부패하고 탐욕적인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수범해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에 봉사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더구나 감세안은 경제 위기 수습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 위기가 끝난 상황 아닌가.”
―(감세) 논쟁의 쟁점은 뭔가.
“감세하지 말자고 하니까 내리는 것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 소득 낮은 사람만 낮춰주고 상위는 현행대로 가자는 거다. 감세론자들은 상위까지 낮추자는 거고. 나는 (성장이나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감세 효과도 안 믿지만 설사 효과가 있다 쳐도 2015년, 2016년 이야기다. 청와대 경제 브레인들은 왜 다음 정권 일까지 나서나.”
―말을 듣고 보니 감세문제는 정치문제다.
“그렇다. 정치 문외한들이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니까 꼬이고 있다. 나는 지금 가장 큰 정치 사회적 해결 과제를 ‘양극화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정권의 ‘부자 내각’을 오래전부터 비판해 왔는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
“(겉으로는) 중도실용 서민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뭘 했나? 학자금 대출이나 미소금융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내가 사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 소득의 제일 큰 부담이 사교육비다. 외고문제도 그래서 꺼낸 것이다. 내 성미만큼은 아니지만 효과도 좀 봤다.”
그는 다변(多辯)이었다. 감세에서부터 외고 문제에 이르기까지 설명이 길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현안 논쟁이 아니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알려졌다시피 친이계 핵심으로 이른바 ‘창업공신’이다. 대선 전초기지였던 안국포럼 원년 멤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 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보좌역…. 그러던 그가 대통령의 친형과 핵심라인을 공격하고 자신도 밀려나면서 평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그동안 행보의 변을 듣기 위해서는 속내를 더 들어야 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이틀 뒤인 일요일(21일) 아침, 그의 지역구(서대문을) 가까운 호텔 커피숍에서였다.
―어쨌든, 정권을 만든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버려진 건가.
“그런 셈이다.”
―왜인가.
(잠시 침묵 뒤, 그의 말이 길어졌다.)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은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사람과 권력을 누려보겠다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물론 누려보겠다는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위선자다. 어느 게 더 강하냐의 문제다. 그런데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은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항상 밀린다. 전투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리는 자들의 원천기술이 뭐라고 생각하나? 언제 어디서나 치사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자존심이 세서 여기서 이말 하고 저기서 저말 하고를 못한다. 그래서 (그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권력을 누리는 데 관심이 많은 간신(奸臣)들의 기술은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다. 그들은 인사상납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수한다. 나는 그거 안했다. 인사상납 구조에서 스스로 빠졌다. 자존심 때문에 아쉬운 소리 하기 싫었다. 그런 과정에서 계속 음해와 오해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가타부타 설명하기도 우습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통령과) 소원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리려는 자, 바로잡으려는 자 어느 쪽에 가까운가.
“당연히 바로잡으려고 하는 게 강한 분인데 밑에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다. (대통령도) 누리려는 자가 바로잡으려는 자를 밀어낸다는 것을 모르는 거지.”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쓰느냐 하는 것은 다 톱(top)의 능력 아닌가.
“대통령은 일의 전문가지, 정치전문가는 ‘분명’ 아니다.”
―억울하지 않았나.
“물론 억울했다. 배신감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내가 힘들었다. 하지만 ‘계산’을 해보면 난 그분(대통령)한테 많이 배웠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발탁해 기회도 주었다. 그 덕분에 정치적으로 성장했고 언론의 각광도 받았다. 세속적인 자리는 못 누렸지만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
―지금은 마음이 좀 안정된 상태이니 그런 합리화를 하는 것 아닌가.
“(크게 웃은 뒤) 그때 자존심 좀 죽일 걸 하는 후회도 있다. 그럼 이 정부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권력 사유화’를 고발한 것은 분노의 표출이었나.
“계속 나를 음해하는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사찰까지 하고. 매일 열 받아 있는 상태였다.”
그는 “하지만 당시 모든 판단은 지극히 상식수준이었다.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라는 것은 ‘정치학 교과서’에 나온 말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나를 전략가, 기획통이라 하는데 난 지극히 상식에 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상식에 입각하지 않는다. 자꾸 사(私)가 끼니까 그런 거다.”
―그러는 당신은 사(私)가 없나.
“사(私)라기보다 어떤 것도 다 부정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의심해 보는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 한다.”
그는 “권력사유화 발언 이후 정말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제대로 가고 있잖은가”라고 되물은 뒤 다시 ‘권력론’을 언급했다.
“역사는 누리려는 자가 이긴다고 했지만 태평성대에는 다르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은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자를 발굴해 키웠다. 이것이 권력을 제대로 쓰는 기술이다. 결국 최고 권력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제대로 쓰는 ‘용인(用人)’이다. 차기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나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차기? 그게 누구인가.
“지금 이야기할 수 없지…. 그럼 내 장사가 안 되지(웃음).”
―있기는 있나.
“없다.”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떻게 보나.
“현재로서는 ‘이회창 프레임’과 똑같다고 본다. 당내에는 천하무적, 본선에서는 (손을 들어 물음표를 그리며) 퀘스천(question).”
―이유는….
“지지기반의 한계가 보인다. 모든 선거는 중간층을 먹어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요즘 이것을 알고 노력하는 것 같다. 최근 그가 감세 철회 쪽으로 선회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문제는 폐쇄성, 배타성이다. 이것도 요즘 달라지려 하는 것 같다. 좋은 사인(sign)이다.”
―김문수 지사는 어떻게 보나.
“서민후보로는 딱이지만 주변이 폐쇄적이란 점에서 박 전 대표와 차이가 없다.”
―민주당의 경우 제일 유력한 후보는 누구인가.
(갑자기 말이 없다. 특정인을 거론하기 즐겨온(?) 평소 언행과 달랐다. 할 수 없이 기자가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너무 빨리 나왔다.”
―유시민 씨는 어떤가.
“(한나라당에) 제일 위협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현실적이고 스테이블(stable·안정)한 사람이다.”
―평소 사람을 콕 집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잦다. 전략인가.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매사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만수면 강만수지, 청와대 고위관계자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콕 집어야) 설득력도 있고 기사가 된다.(웃음)”
―당하는 입장에서는 생각해봤나.
“거기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에 따른 대가는 내가 치러야 할 몫이다.”
―적(敵)이 많으면 안 좋은 것 아닌가.
“적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면 큰 정치 못 한다. 적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이 노무현 아닌가.”
한때 그가 탤런트 시험에도 응시했었고 음반도 냈던 것이 생각났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강한가.
“언제고 타이틀이나 지위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그런 사람이 힘든 정치는 왜 하나.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신이 난다. 내가 제일 만족감을 느끼는 때는 어렵고 힘든 사람 도와줄 때다. 행정고시 보고 공무원 택한 것도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이 안 찼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힘은 약하고….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거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한국의 정치 개혁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의 재집권인가.
“재집권은 제일 중요한 과제다. 다만 위선적인 정치는 싫다. 사람들이 정치인을 경멸하는 이유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처음과 끝이 다르고, 공을 앞세우면서 사(私)만 채워 그런 것 아닌가. 물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잘못했을 땐 사과를 하면 된다. 아닌 척 우기지 말라는 이야기다.”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가 되고 싶은가.
“물론이다. ‘관(官)’이 ‘민(民)’을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여유 있는 ‘민’, 다시 말해 부자나 대기업은 알아서 잘한다. 국가 권력이나 정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위선을 혐오”하기 때문일까. 말투가 때로 위악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고 거친 것은 위선에 대한 반작용처럼 보였다. “만약 대통령이 다시 부른다면?”이라고 물었더니 역시 단호한 답이 나왔다. “그럴 일 없다. 이제 난 내 길을 갈 거다.”
그는 “이제 ‘이명박의 정치’에서 ‘정두언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허문명 기자angelhuh@donga.com ::정두언 의원::
―1957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조지타운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국민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행시 24회,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비서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17대 의원, 17대 대통령선거 이명박 후보 전략기획 총괄팀장 ―17대 대통령 당선인 보좌관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 ―제5회 지방선거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현재 한나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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