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최근 급속히 진전된 북한과의 관계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은 지난해 2차 핵실험 이후 채택하고 중국도 동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 1874호의 명백한 위반이다. 따라서 유엔 등에서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한 움직임이 재개되면 중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21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를 호전적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오랜 기간 중국과 협조해 왔다”며 “이번 문제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역할론은 북한이 민감한 핵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을 이용해 왔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핵 전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한 감시가 소홀하고 중국의 대(對)북한 수출에 대한 통제 및 제재가 부족하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중국에 일깨워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중국은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을 북-미 양자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대북 압력 행사를 결정할 당사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을 제지하려면 ‘전통적 혈맹’ 중국이 나서야 한다며 즉각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파견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과는 다른 입장이다.
한편 ‘원심분리기 가동 파장’이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고 44년 만의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와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북한과의 우의를 과시해 왔다. 이달 초 최영림 내각 부총리는 동북 3성을 시찰하는 등 경협 분위기도 고조돼 왔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분명히 함에 따라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사회의 눈총에도 중국이 ‘동맹국 감싸기’를 하고 경협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소한의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22일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중국은 북한의 원심분리기와 의도를 먼저 확인하고 6자회담 참가국과의 접촉을 통해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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