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국제사회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美, 새벽 4시 잠자는 오바마 깨워 즉보… 30분뒤 긴급 성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해안포 공격을 보고받느라 23일(현지 시간) 오전 4시 이전에 잠을 깬 것으로 밝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이전에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안포 공격 상황을 보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닐런 보좌관으로부터 북한 해안포 공격 상황을 보고받은 뒤 30여 분 후인 오전 4시 33분에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의 공격을 규탄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경기회복법안의 수혜를 받은 인디애나 방문에 앞서 백악관에서 일일 정보 브리핑을 통해 진행 상황을 추가로 보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도발 때문에 새벽잠을 설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4시 반에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이날 발생한 북한의 한국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북한을 비판하며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23일 밤 총리관저에서 주요 각료들이 참석하는 관계각료회의를 열어 △북한의 향후 동향에 대한 정보수집 강화 △한미 양국과 긴밀한 협력 △국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 등을 내각에 지시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관계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포격에 대해 “용서하기 어렵다. 강력히 비난한다.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센고쿠 관방장관은 또 이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것이다”라며 “각국의 대응을 보면서 (제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혀 독자적인 추가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20분 총리관저 내 위기관리센터에 북한 관련 정보연락실을 설치하고 외무성과 방위성이 향후 사태에 대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봤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관 당사자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보탬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도발이 더 큰 규모로 확대되고 악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 간의 어떠한 무력 사용도 강하게 비난한다”며 “남북한 양측이 한반도 내 군사적 대결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삼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한 섬에 대한 포격을 시작한 쪽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행동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정책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한국군과 민간인 사상자를 낸 사건을 깊이 우려한다”며 “북한은 갈등을 더 고조시킬 위험이 있는 추가 행위를 자제하고 정전협정을 충실히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이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깊은 우려를 갖고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도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정당한 이유 없는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AFP “6·25후 가장 심각한 충돌”… 日신문들 호외 발행 ▼

세계 주요 외신은 23일 오후 2시 반경(한국 시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 도발했다는 소식을 긴급속보(breaking news)와 헤드라인 뉴스로 발 빠르게 전했다.

AFP통신은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가장 심각한 충돌이 벌어졌다”며 “북한이 핵무기 원심분리기를 공개해 남북 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됐던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는 연기로 뒤덮인 채 민가들이 불에 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CNN 뉴스는 포격 발발 뒤 약 1시간이 지난 3시 반경 연평도 도발을 속보로 전했다. ‘남북 긴장(Korean Tensions)’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북한의 포격에 남한도 곧바로 대응했으며 전투기를 현장에 급파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사실 전달에 치중하며 “북한이 핵무기 위협 및 연평도 도발 등 충격요법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도래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긴급 편성해 내보냈으며 현지 속보를 자막으로 계속해서 상세히 전달했다.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간지도 호외를 발행해 긴자(銀座) 등 도쿄 중심가에 배포했다. NHK는 “남측의 서해 훈련에 대한 반발을 표하면서 김정은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네다(羽田)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려던 항공기가 북한의 포격 소식 때문에 출발을 늦췄다가 안전을 확인한 후 45분 늦게 출발하는 등 한국행 비행기의 이륙이 수십 분씩 지연되기도 했다. 일본 경찰은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 등의 경비를 강화했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후 7시 대표 뉴스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전하면서 북한 측 입장을 먼저 전달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조선 인민군이 오늘 한국의 조선 영해에 폭탄을 발사해 반격했다”고 발표했다고 CCTV는 보도했다. 이어 한국 국방부의 “북한에 포격을 당하고 한국 군대가 대응포격을 했다”는 내용과 한국 언론이 보도한 피해상황을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천안함 사태 때부터 이어진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민간인까지 피해를 봐 한동안 남북 간 긴장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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