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말로 하는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군의 대응을 놓고 ‘말보다 행동’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내에서는 우선 군의 초기대응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이 대통령의 평가에 따라 이 발언이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초기상황에서 적극적 행동을 건의하지 못했던 군 수뇌부에 대한 질책이란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북한의 포격이 진행된 23일 오후 2시 34분∼3시 41분 우리 군이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5월 국민에게 다짐했던 ‘적극적 자위권(proactive deterrence)’이 충실히 행사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군이 초기대응 단계에서 남북한 군이 충돌할 때 적용하도록 돼 있는 교전수칙에 따랐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선 “민간인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에는 매뉴얼을 뛰어넘는 행동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보 당국자들은 천안함의 북한 소행이 밝혀진 5월 말 군 당국이 대북방송을 통한 심리전 재개를 선언해 놓고도 이행하지 못한 것을 ‘행동하지 못한’ 대표 사례로 꼽고 있다. 군 당국은 휴전선을 따라 확성기 10여 대를 설치해 놓고도 정작 대북방송은 틀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심리전 재개 선언도 심리전의 하나”라는 모호한 해명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대북방송 불발은 위기고조를 원치 않았던 미국의 뜻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정부 내에서 흘러나왔다. 이유야 어떻든 군이 말만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말보다 행동’이라는 원칙을 천명함에 따라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은 한미일 3각 공조의 틀을 유지하면서 더욱 강경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4일 30분간 통화를 하고 ‘대북 추가제재’에 합의한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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