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응징’ 빠진 국회 대북규탄결의안 채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송영선 “보복내용 없다” 기권

조승수 “평화논의 없다” 반대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비판하는 ‘북한의 무력도발행위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재석 의원 271명이 투표해 찬성 261, 반대 1, 기권 9표로 통과됐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나라당 공성진, 민주당 장세환, 민주노동당 권영길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창조한국당 유원일, 무소속 유성엽 의원이 기권했다. 그러나 공 의원은 표결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분명히 찬성했는데 표결 시스템 작동 오류 때문에 기권표로 처리된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채택된 결의안에 ‘항구적 평화체제’ 문구가 빠졌다는 이유로 문구 수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국가적 위기 상황인 점을 감안해 국방위에서 통과된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에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찬성 표결로 선회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거세진 대북규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본회의 표결 전후 이번 사태를 보는 의원들의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표결에 기권을 한 송영선 의원은 표결에 앞서 첫 반대 토론자로 나서서 “평이한 결의안의 내용이 과연 국민의 억울함과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킬지 묻고 싶다. 민간인까지 죽인 북한군을 반드시 응징하고 보복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결의안 채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결의안의 내용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 정권은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지만 결의문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군사적 대응 중심의 결의문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이 ‘항구적 평화체제’를 언급하자 의석에 있던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은 “빨갱이 같은 사람이다.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단상에 올라 “지금은 분열과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항구적 평화체제라는 정치 레토릭(수사·修辭)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고, 국회의 존재 이유”라며 찬성 표결을 촉구했다.

‘항구적 평화체제’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결의안 원안이 표결에서 통과된 뒤 이어진 5분 자유발언에서는 북한은 물론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북한 당국은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라면서도 “이번 사태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증거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런 대결 정책은 한반도를 중동처럼 화약고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영토 수호마저 중도실용으로 어물쩍 비겁하게 넘어가려는 이명박 대통령은 죄인”이라며 “연평도 침공 사흘 후에야 그렇게 부족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국회, 국가 안보마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국회는 죄인 중의 죄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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