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괜찮아. 고마워.” 육지의 새 학교, 새 교실이 낯선 김모 군(7)은 또래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수줍게 대답했다. 그의 손목에는 파란색 찜질방 입장권이 둘러져 있었다. 김 군은 연평도 피란민들이 임시 거처로 지내는 인천 연안부두 근처 찜질방 ‘인스파월드’에서 부모님과 함께 머무르고 있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고향을 탈출한 연평도 아이들은 26일 난생처음 육지 학교로 등교했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등 연평도 출신 아이 140명은 대부분 북측이 자행한 도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님 품에 남아 있었지만 일부 학생은 ‘피란 생활’ 중인데도 새 학교를 찾았다. 이날 찜질방 바로 옆에 있는 인천 중구 신선초교에는 연평도 출신 어린이 8명이 등교했다. 김 군은 연평도에서 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1학년 2반에 배정됐다.
급히 섬에서 빠져나오느라 챙기지 못한 필기구와 가방 등 학용품은 학교에서 마련해 주거나 친구들이 빌려줬다. 교과서를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은 학교가 준비한 새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3교시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한껏 모양을 낸 바람개비를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연평도 아이들은 생소한 환경에 잠시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반 친구들과 운동장을 한 바퀴 휘젓고 나더니 금세 친구가 된 듯했다.
“연평도에서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많이 기다렸어요. TV 뉴스로 봤어요. 북한이 포탄을 쏴서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쳤대요.” 연평도 친구를 맞은 고성 군(7)은 걱정 어린 얼굴로 안부를 물었다. 학교에 다시 나온 연평도 친구들 중에는 포탄이 눈앞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도 있었다.
이날 스케이트 체험을 하러 간 연평도 5학년 학생들은 모처럼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신선초교 3학년, 5학년 학부모들은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미리 여분의 옷과 장갑을 준비했다. 3학년 3반의 한 학부모는 “연평도 아이들이 포탄이 떨어지는 충격적인 상황을 잠시라도 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갈아입을 수 있는 새 옷을 몇 벌 샀다”고 말했다. “우리 연평초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친구들하고 선생님도 보고 싶고요. 여기도 재밌지만 다니던 연평도 학교가 더 좋아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말수가 부쩍 줄어든 김 군이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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