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부별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예결위 회의장 뒤편에 예결위원들이 검토해야 할 자료가 가득 쌓여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내년도 정부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4대강 사업의 예산 삭감을 위해 막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여야는 국회의원 세비 인상에 대해선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 ■ 일사천리 세비인상
운영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의원 세비를 5.1% 인상하는 국회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모처럼 손을 잡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세비 인상은 2008년 이후 3년 만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세비는 내년부터 1인당 매달 520만 원에서 546만 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입법활동비는 1인당 매달 180만 원에서 189만 원으로, 국회가 열리는 회기 중 지급되는 특별활동비는 1인당 하루 1만8000원에서 1만8900원으로 오른다.
의원정책홍보물 유인비도 현재 의원실당 12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인상되며 KTX가 통과하지 않는 지역의 의원에 한해 승용차 이용 여비도 확대된다.
운영위는 이날 대통령실이 요구한 내년 예산 1660억 원 중 41억4000만 원을 삭감했으며 특임장관실 예산도 애초 요구했던 101억 원에서 7억5000만 원을 깎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내년 국회의원의 세비 인상률은 일반 공무원의 보수 인상률에 맞추기로 했다”며 “현재 공무원 보수 인상안이 예결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세비 인상률도 일부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느릿느릿 예산심사
4대강 사업의 격돌장은 국회 국토해양위다. 국토부가 책정한 내년 4대강 예산은 모두 7조3350억 원이다. 이 중 국토부가 직접 집행하는 예산은 3조2800억 원으로 전체 4대강 예산의 절반에 못 미친다. 3조8000억 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집행할 예산이고 나머지 2550억 원은 수자원공사가 발행하는 공채의 이자다.
쟁점은 수자원공사의 예산이 국회의 심사 대상이냐는 점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전체 16개 보(洑·둑) 가운데 15개가 수자원공사의 예산으로 건설되는 만큼 수자원공사의 예산도 국회가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 예산은 국회의 심사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심사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라고 일축한다.
26일 국토위의 전체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여야 위원들의 고성만 오가다가 회의가 시작된 지 불과 32분 만에 중단됐다. 국토위는 29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수자원공사의 이자비용 2550억 원의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상임위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26일 현재 상임위 산하 예산소위에 예산안을 회부조차 못한 곳은 14개 일반 상임위 중 국토위가 유일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예결특위가 종합정책질의를 시작하는 이달 17일까지 상임위별로 예산안 예비심사를 끝내달라며 심사기일을 지정했었다. 하지만 심사기일이 열흘이 되도록 예비심사를 끝마친 상임위는 국회운영위와 외교통상통일위 등 5곳에 불과하다.
■ 못말리는 不通여당
24일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정무위에서는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막판에 충돌했다.
당초 정무위 예산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예산안 8억여 원 가운데 50%를 삭감키로 합의했다. 또 합의안에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 다른 정부기관의 인력을 공직복무관리관실에 파견하는 것을 금지하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자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꿨다. 예산 삭감 비율을 18.2%로 줄이자고 한 것이다. 또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는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일하려 하는데 예산을 50%나 삭감하면 조직 자체를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직복무관리관실을 폐지해야 마땅한 데도 예산 삭감 비율을 줄이고 수사기관에서 인력을 파견 받게 허용할 수 없다”며 퇴장해 버렸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인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결국 재석 의원 13명 중 한나라당 의원 9명이 찬성해 수정안이 통과됐다. 당시 한나라당의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이진복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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