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부 의원, 학교운영위에 학생참여 추진

“방과후 프로그램 등에 의견 반영” 법 개정안 발의
교총 - 교과부 “진보교육감들과 발상 같아” 반대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즉각 반대 의견을 밝혔고 교육과학기술부는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표 발의자인 박보환 의원은 28일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현재 교사·학부모·지역사회 대표로 학운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며 “학생대표가 들어가 급식, 방과후 프로그램 등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은 학생대표를 학운위 구성원으로 명시하고 학운위의 회의 일시, 장소, 참석자, 토의 내용, 의결 사항을 기록한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 발의에는 김태환, 서상기, 정두언,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이철우, 이한성, 조전혁 의원이 참여했다.

교총은 “학생들의 의견 진술 기회를 확대하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학생은 피교육자이며 미성년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관련된 사안을 위주로 학운위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교과부는 내년 초 학운위에서 학생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교과부의 방향과 달리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학생의 교육정책 수립 참여 제도화’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교과부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 고위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가뜩이나 시끄러운 상황에서 학운위에 학생대표까지 참여시키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제도를 만들어야지 선진국 제도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성광 교육정보정책관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개정안은 발의만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검토를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윤석만 기자 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