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햇볕정책은 ‘한반도 평화’라는 밥을 짓는 가마솥이다. 밥 없이 살 수 있느냐”며 “지도부가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대표가 전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햇볕정책의 한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의 기본 철학은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햇볕정책이 언제 안보를 소홀히 한 적이 있느냐”라며 “우리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좀 더 당차고 자신감 있게 국민 앞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약’이 아니라 ‘먹지 않으면 죽는 밥’처럼 필수불가결한 것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회의 전 가진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은 민주당이길 포기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일제히 ‘햇볕 계승론’을 재확인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민주당의 확고한 정체성이고 대한민국이 갈 길”이라고 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북한에 햇볕을 계속 쪼였더라면 도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튼튼한 안보야말로 햇볕정책의 제1정신”이라며 “‘평화와 안보는 하나’라는 확고한 철학이 햇볕정책의 기본 정신임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에 손을 대는 것으로 비치는 발언을 계속할 경우 당내 기반과 ‘집토끼’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햇볕 계승론이 당내 주자 간 ‘적자(嫡子)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듯하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대북규탄 정서 확산과 맞물려 햇볕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계속 거론되고 있어 대북정책 기조를 둘러싼 내부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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