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워싱턴서 공조 강화…中 관망모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5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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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어지럽게 전개돼온 한반도 정세가 이번 주 들어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의 7일 '워싱턴 회동'이 그 고빗점이다. 연평도 도발 이후 공동전선을 형성해온 3국이 공조의 틀을 다시 한번 다지고 대외에 과시하는 무대다.

이는 향후 정세흐름에서 직, 간접적 파장을 드리울 외교이벤트로 평가된다. 우선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세계 정치의 중심인 위싱턴을 무대로 공조의 틀을 다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단순히 3국간 공조라는 '시위용' 차원을 넘어 한미, 한일 간 양자차원의 대응조치가 3자 차원으로 확대, 발전함으로써 대북제재의 공조 틀이 견고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회동의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3국이 조율해낼 '메시지'다. 일차적 메시지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한목소리로 공개 규탄하고 '단합된 대응' 의지가 공동성명 형태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추가도발 의지를 꺾어놓는게 초점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5일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고 바른 행동에 나서라는 단합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평도 도발 외에 북핵의 '뇌관'으로 부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도 대북 규탄의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미.일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3국 외교장관 회담의 보다 중요한 함의는 대(對) 지역, 더 정확히 말해 대 중국 메시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남북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고수하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토록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해 "연평도 무력공격과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공조하면서 국제사회와 관련국들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특히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3국은 중국을 지나치게 압박하거나 자극하기 보다는 협력을 유도하는 전략을 전략을 택하고 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중국이 스스로 '고립감'을 느껴 북한과 거리를 두도록 견인해내는 포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을 적이 아니라 협력자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국은 중국을 직접 특정하기 보다는 "관련국들이 북한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힘을 합치자"는 식으로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거부반응을 느끼고 있는 유엔 안보리 회부문제는 하나의 압박용 카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선에서 완곡한 어법으로 거부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5일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제는 회담이 열리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은 6자가 모여 대화할 시기가 아니며 대화의 여건조성에 우선 주력해야 한다는 쪽으로 3국이 공통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국면전환 시도에 명백히 선을 긋는 동시에 차후 북한의 태도 전환과 상황 변화에 따라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전략적 대응이다.

이 같은 한.미.일의 결속흐름 속에서 중국은 일단 관망모드로 돌아선 듯한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전격 방한에 이어 28일 6자 긴급협의 제안으로 이어지며 '속도전'식 중재 움직임을 보여온 중국은 일단 한.미.일 3국 회동의 추이를 지켜보며 숨고르기를 하는 분위기다.

당초 지난주로 예상됐던 중국 고위급 특사의 방북계획은 미뤄지거나 일시 보류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자 긴급회동을 제안했던 중국으로서는 한.미.일의 부정적 반응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앞으로 중재행보도 동력을 얻기 어려워진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역시 중국의 중재 움직임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망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대화 국면 중재 입장을 공식화했음에도 북한 당국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을 비운 채 지방 현지지도에 주력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 회동 이후 중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향후 정세 변화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급작스런 태도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당분간 '출구없는' 답답한 대치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이라는 변수가 또 다시 한반도를 뒤흔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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