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연평도 포격 및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공동대응 전선 구축을 천명했다. 또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데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대해 더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먹히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 참가국 간의 틈새를 이용하는 전략도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이날 회담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중지하겠다는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하며, 그것을 위한 (우리의) 여러 방법이 있다는 확고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중국이 우리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에서 “도발적인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미국 및 다른 나라와 협력해 달라”고 말한 것을 좀 더 구체화한 것. 한국의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도 중국에 “좀 더 분명한 어조로 북한에 경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긴급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 대해서도 분명한 거부의 뜻을 밝히면서 “북한의 행동변화가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3국 외교 수장이 밝힌 원칙천명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이후 미 정부 안팎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은 것.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적으로 나서며 △도발행위 중단의 진지한 태도를 행동으로 입증하고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평도에서 북한의 무력공격이 있었고 그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는 시기가 있으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천안함 때와 달리 한국 내에서도 북한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절대적”이라며 “대화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문제와 관련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은 안보리 결의 위반사안이기 때문에 안보리 내에서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3국 외교장관 회담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희생자 추모 묵념으로 시작됐다.
클린턴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연평도 희생자 추모 묵념을 제안했고 회담 참석을 위해 배석한 3국 당국자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침묵 속에 17초가량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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