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 이후]의원들 민원성 ‘쪽지예산’ 최소 1283억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 신규편성 3378억 살펴보니

국회가 8일 통과시킨 정부의 최종 예산안 및 기금운영안에는 당초 정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사업을 위한 예산이 3300여억 원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나 이해단체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쪽지를 넣어 반영한 이른바 ‘쪽지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가 예결위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심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최종 국회 심사과정에서 포함된 사업 186건으로 인해 증액된 예산은 모두 3378억8300만 원이었다.

신규사업으로 인한 증액 예산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행정안전부 599억4500만 원 △문화체육관광부 396억8500만 원 △국토해양부 361억5000만 원 △보건복지부 352억7700만 원 △방위사업청 341억6800만 원 △지식경제부 314억 원 순으로 많았다.

신규사업 예산이 대폭 늘어난 행안부에는 서해5도 종합발전지원 사업 예산 420억 원이 포함돼 있다. 또 방위사업청의 신규 증액 예산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비한 △음향표적탐지장비 △지상표적 정밀타격 유도무기 등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새로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정부가 9월에 1차 예산안을 제출했을 당시 미처 반영하지 못했지만 이후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돼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새로 반영된 신규사업 중에는 특정 지역을 위한 예산도 상당액 포함돼 있다.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 최소 112개 신규사업에 들어가는 1283억6700만 원은 지역구 민원용 예산이었다. 여야가 육탄전을 벌이며 격렬히 대치할 당시 일부 의원은 자신의 민원사업을 슬그머니 ‘끼워 넣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통상 계속 진행 중인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을 위한 예산 편성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소위 의원들 간 물밑작업이 막판 예산안 정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사업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문화부(31건)다. 부산 3D프로덕션 센터 건립, 부산 제2시립미술관 건립에는 10억 원씩이 새로 배정됐다. 또 문화부가 운영하는 기금에서 △부산 불꽃축제 6억 원 △대구 국제오페라축제 2억 원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1억 원 등을 새로 지원하도록 했다.

30건의 신규사업이 늘어난 환경부 예산 속에도 △경북 상주시 하수처리장 확충 2억 원 △전북 순창군 가축분뇨 개량사업 8억 원 △대구 수성구 범어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3억 원 등 특정 지역 사업을 위한 예산이 상당액 포함돼 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새로 포함된 복지부의 사업 역시 대부분 지역의 의료원이나 양로원, 요양원 등의 신축 또는 개·보수 사업으로 ‘민원성’이란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지역 민원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진 국토부에도 △전남 목포에 들어설 ‘어린이 바다체험과학관’ 건립 20억 원 △마산항 근로자복지회관 증·개축 10억 원 등 특정 지역과 관련한 예산 180여억 원이 신규 배정됐다.

이에 대해 예결위 관계자는 “각 기관이 지식경제부에 예산 계획을 넘기는 시기가 6월 말이어서 이후 꼭 필요한 신규사업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종 예산안 조정 작업은 몇 사람이 하기 때문에 특정 사업이 왜 새로 포함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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