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최초 전투병과 장군’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훌륭한 전투병과 장군으로 남고 싶기 때문에 ‘전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
여군 창설 60년 사상 처음으로 전투병과 출신으로서 ‘별’을 달게 된 송명순 대령(52·여군 29기)은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저의 개인적 역량에 앞서 여군 조직의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받은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여군은 2001년 간호병과 출신에서 처음 장군이 배출됐으나 전투병과 출신으로는 송 대령(보병)이 처음이다.
10여 명의 기자에게 둘러싸인 송 대령은 “예전에 사석에서 모 일간지 기자 명함을 하나 받고 자랑했는데,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기자에게서 질문을 받는 자리가 생길 줄 몰랐다”며 다소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군에 대한 생각과 각오에 대해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대의 전투는 옛날처럼 보병이 고지에 깃발을 꽂는 것이 목표도 아니고, 전투 자체보다는 전쟁의 승리가 중요하다”며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보듯 전투 후 지역을 안정시키는 민군작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여기서 여성이 많은 몫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군 학사장교 등 최근 확대되는 여성의 군 진출에 대해서도 “남성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면 여성은 전투의 승리를 전쟁의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군에서도 여성 인력이 많아졌고, 우리 여군도 한반도뿐 아니라 해외에서 많은 역할이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81년 임관한 송 대령은 2006년 첫 별을 단 육사 37기 출신과 임관 시기가 같다. 육사 37기에 비해 진급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의무가 아닌 지원으로 들어온 여군은 각오가 남다르다”며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후배들이 있는데 최적의 장소에 준비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쓰면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 것이다. 오늘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무 30년 동안 여성으로서 힘들었던 점이 없었을까. 송 대령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임무와 가사 분담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자녀 양육”이라며 “군 조직 특성상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고, 야근도 많아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송 대령의 남편은 육군 항공병과 중령(육군 항공작전사령부 감찰참모)으로 내년 12월 전역이 예정되어 있다. 송 대령은 “남편은 하늘보다 높은 것이 지아비라고 늘 주장하기 때문에 군복을 같이 입고는 만나지 않는다”며 “이번 취임식 때도 남편은 해외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송 대령은 “아들의 이름은 ‘해병’에서 딴 ‘마린’이며 해병대 장교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군 가산점제에 대해 그는 “각 집단에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며 “군인으로서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또 여성으로서의 입장이 있어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구 경북여고와 영남대를 나온 송 대령은 초급장교 시절엔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무관 연락장교로 근무했고 대위 때 이후 1군사령부와 특전사령부 여군대장, 육군 여군대대장, 육군훈련소 제25교육연대장 등으로 장병들과 고락을 함께했으며 최근까지 한미연합사와 합참에서 민군작전을 담당해 왔다. 국방부는 영어에 능통한 송 대령을 합참 해외정보차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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