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곧 재개]18∼21일중 하루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유엔사 회원국 참관… 北 도발땐 전투기-다연장로켓 응수

군 당국이 해병대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해상사격훈련을 18일부터 21일 사이에 실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서해 5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군이 그동안 위협해 온 대로 한국군의 사격훈련을 빌미로 또다시 도발할지는 미지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군은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한국군 “추가 도발 시 단호한 응징”

합참 관계자는 16일 사격훈련 일정을 밝히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위권’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비례성의 원칙을 규정한 교전규칙을 따르지 않고 적의 도발 의지를 꺾을 때까지 응징이 가능한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했다. 전투기 폭격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군은 이 같은 경고가 말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서해 5도에 전력을 증강했다. 6문에 불과했던 K-9 자주포를 연평도에 추가 배치하고 성능이 개량된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도 투입했다. 북한의 해안 진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MLRS)과 북한 전투기의 도발을 막기 위한 지대공미사일 ‘천마’도 긴급 배치했다.

한국군은 북한의 다양한 도발 유형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시나리오의 공통된 원칙은 도발 원점에 재기가 불가능할 수준의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타격에는 전투기, 미사일 등 수단을 가리지 않을 방침이다.

북한군이 연평도를 향해 방사포나 해안포를 쏠 경우 군 당국은 아서 레이더로 도발 원점을 찾아낸 뒤 전투기의 엄호 아래 K-9 자주포와 MLRS로 응수할 예정이다. 그래도 북한군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전투기를 동원해 폭격할 방침이다. 다만 확전을 막기 위해 도발 원점 이외 지역의 타격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북 대응에 동참한 주한미군

미군도 한국군의 대북 대응에 동참했다. 이미 미군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을 파견해 서해에서 한국군과 연합 해상훈련을 펼쳤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8일 서울을 방문해 한민구 합참의장과 협의한 뒤 “한국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며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주한미군 20여 명이 이번 연평도 사격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추가 도발을 반드시 막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미군까지 나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미국으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막기 위해 주한미군을 연평도에 배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을 향해 북한군이 도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북한이 도발할 경우 주한미군은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해 대북 무력시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에 유엔군사령부도 끌어들였다. 북한의 추가 도발 명분을 무력화하기 위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을 훈련에 참관하도록 했다.

○ 사격훈련으로 군사적 대응 매듭

군 당국이 사격훈련 재개를 결정한 것은 북한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 이후 조성된 남북한 갈등상황을 일단 군사적 차원에서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계속되는 군의 비상경계태세를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천명한 사격훈련을 실시하지 않으면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것”이라며 “우리 영해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북한이 이에 더는 도발하지 않는 상황으로 돌려놔야 이 사건은 일단 끝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격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더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도발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사격훈련 이후 북한이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으면 적당한 시점에 발령했던 ‘진돗개 하나’ 등 군에 내려진 비상경계태세를 해제할 예정이다.

○ 연평도 주민 보호에 촉각

군은 훈련 당일 연평도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대책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급적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민들이 섬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자발적 철수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섬을 떠나지 않겠다는 주민의 경우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훈련이 시작되기 전 대피방송을 통해 주민들을 대피소로 대피시키고, 사격훈련이 끝난 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대피소에서 나오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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