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마련한 ‘트리플 기념일’ 깜짝 파티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17일 청와대 직원들이 비서실 구내식당에서 마련한 ‘깜짝 축하파티’에 참석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19일은 칠순을 맞는 이 대통령의 생일, 결혼 40주년 기념일, 대선 승리 3주년 등 이른바 ‘트리플 기념일’이다. 사진 제공 청와대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조기 개각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 강행 처리 후폭풍으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국정운영 정상화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연내 개각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개각이 단행될 경우 등용될 인물 후보군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 하마평도 무성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며 2011년도 부처별 업무보고가 29일까지 계속되므로 연내 개각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여당 일각에서 불 지피는 ‘조기 개각론’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내년 초로 예상돼 온) 개각 일정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이르면 다음 주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언급하면서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 호응이 낮지만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냉랭하다. 이런 얼음정국을 타개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개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도 잠시, 여권은 현재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대처를 둘러싼 ‘안보 위기’ 논란에 이어 최근엔 예산안 단독 처리에 따른 후폭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어차피 개각을 할 거라면 해가 바뀌기 전에 조기 개각으로 분위기를 쇄신한 후 새해를 맞자는 주장이 한나라당 일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기엔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에 ‘인사청문회 참석’이라는 국회 복귀 명분을 줘 국회를 정상화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 청와대, “연내 일괄 개각 어려워”
하지만 ‘연내 개각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더 많다.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는 개각은 일종의 ‘금지된 화제’다. 사견임을 전제로 개각이나 당 지도부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참모진이 없지 않지만 대개 꽉 막힌 ‘먹통 정국’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일 뿐 구체화된 국면 돌파 시나리오 수준은 아니다.
국면 전환용 개각은 이 대통령의 “그때그때 인사 수요에 따라 한다”는 인사 스타일과 맞지도 않지만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 낙마를 초래한 8·8개각 파동 이후 김황식 국무총리가 임명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고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장관이 교체된 지도 얼마 안 됐다. 조각(組閣) 수준의 개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 원래 8·8개각 때 교체하려 했던 지식경제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새로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에다 일부 부처를 포함할 경우 ‘중폭 개각’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청와대는 인사검증 문제를 들어 ‘일괄 개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에서 언제든 개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청와대 자체의 ‘모의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민정 라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1명당 최소 10일의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관련자 인터뷰까지 다 한다. 모의청문회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보안 유지가 안 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 순차 개각에 무게
물론 이른 시일에 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감사원장은 3개월, 국민권익위원장은 5개월째 ‘수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8·8개각 때 이임 인사까지 했던 장관이 몇 개월째 ‘덤’으로 재직하고 있는 문화부와 지경부는 직원들의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일부 ‘장수 장관’ 부처의 경우도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논란과 관련해 “국회뿐 아니라 문화부에서 잘 챙겼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이 대통령은 ‘국면 전환용 일괄 개각’보다는 1월 중 ‘인사 수요에 따른 순차 개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의 경우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고 업무보고와 무관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올해 안에 후임자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장 후보로는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 2기 청와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정동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주중 대사,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얘기도 나온다. 윤 장관의 경우엔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불편한 관계를 보인 점도 작용한 듯하다. 국민권익위원장에는 정동기 이사장을 비롯해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 거명된다.
지경부 장관 후보군엔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조환익 KOTRA 사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올라 있다는 관측이다. 문화부 장관으로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박 전 수석의 경우 곧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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