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청와대를 긴급 방문해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문제를 논의한 것은 북한군 동향 등 훈련 이후의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정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정당한 훈련’이라며 지지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7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상황을 염려하고 있지만 긴장 상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한국의 사격훈련은 한국 영토 안에서 이뤄지는 훈련이고 한국이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맞서 군대를 적절히 훈련하고 준비시키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한국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도발 원점을 폭격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반드시 크게 다칠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일종의 ‘억제력’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미군이 최근 최첨단 정찰·감시 전력을 통해 북한군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징후를 발견한 뒤에는 남북 간 국지전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미군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군이 한국군의 사격훈련에 반드시 대응사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며 “샤프 사령관 등이 청와대를 긴급 예방해 이 같은 정보 판단을 전달한 것은 한국 정부에 사격훈련 여부를 한 번 더 재고해 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국의 최우선 목표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작은 군사적 충돌도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관심사는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 가치는 ‘세계 지도국가’로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로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도 미국은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에 소극적이었다. 당초 12월 초에 계획됐던 첫 연평도 사격훈련 일정이 미국 측의 만류로 연기됐다. 미국은 이후에도 서해 5도에서의 사격훈련을 자제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한국군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동의하고 지지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상황에서는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는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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