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훈련 어떻게 진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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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벌컨포 등 1500발 불뿜자 ‘천마’와 ‘아서’는 北을 노려봤다

20일 오후 2시 30분 안개가 군데군데 깔린 연평도에서 해병부대의 K-9 자주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북한군의 대응 도발 위협 속에서 해상 사격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이날 오전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해무 때문에 계속 연기되면서 일각에선 ‘이러다 훈련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연평도의 주력화기인 K-9 자주포는 이번 사격훈련에 1문만 참여해 4발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북한이 도발했을 때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서 K-9 자주포 사격은 사실상 종료된 상태였다”며 “이번에 K-9이 참여한 것은 연평도의 모든 화력이 참여한다는 데 의미를 두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해병대원들은 사전에 장비는 물론 탄종, 신관, 장약, 발수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기하다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사격을 개시했다. 나머지 K-9 자주포는 혹시 모를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북측 개머리 지역과 무도 해안포 진지를 향해 경계태세를 갖췄다. 북한 쪽을 응시하는 병사들의 표정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읽혔다.

K-9 자주포의 포신을 떠난 포탄은 하늘에 한 가닥 선을 그리며 표적을 정확히 맞히기 시작했다. 포 사격이 시작된 뒤 20분가량 지나자 포성이 잠시 멈췄다. 포를 쏜 뒤 얼마나 잘 맞혔는지 알아보고, 포에는 이상이 없는지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해서였다.

K-9 자주포는 북한군이 보유한 170mm 자주포나 2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군단급 포병부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포다. 포신이 기존 K-55 자주포와 비교해 2m 이상 길고 최대 사거리가 41km에 이른다. 특히 K-9 자주포는 자주포의 위치와 포신의 각도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어 자동으로 포를 조준할 수 있다. 움직이다가도 1분 이내에 첫 발을 쏠 수 있다. 15초 동안 3발을 급속 사격하고 최초 3분 동안 분당 포탄 6∼8발을 쏠 수 있다.

K-9 자주포 포탄이 연평도 서남쪽 가로 40km, 세로 20km 해상의 사격구역에 정확히 떨어지자 이번에는 105mm 견인포와 81mm 박격포, 벌컨포 등이 훈련에 가세했다. 105mm 견인포는 미군의 M-3 105mm 견인포를 기본으로 6·25전쟁 이전부터 지금까지 60년이 넘게 운용되는 한국군의 주력 화포다. 최대 사거리가 12km로 이동과 사용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다.

81mm 박격포는 분당 최대 30발까지 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4∼6km의 이동식 화포다. 보병들이 사용하며 살상 반경은 약 40m다. 대공화기인 벌컨포는 낮게 나는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고안된 사거리 1.8km의 기관포이다. 분당 3000발 정도가 발사된다.

이 같은 연평도의 사격훈련 상황은 서울 용산 국방부 지하 지휘통제실로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한민구 합참의장을 비롯한 합참 지휘부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 지역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사격훈련은 1시간 34분 동안 진행된 뒤 오후 4시 4분 끝났지만 군의 경계태세는 더욱 강화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사격훈련이 거의 끝날 때쯤 감행됐다.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군 당국이 연평도에 새롭게 배치한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는 북한 지역을 샅샅이 탐지했다. 새로 배치된 지대공미사일 ‘천마’와 다연장로켓포(MLRS)도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곧바로 대응할 준비를 갖춘 채 북한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공군은 대구기지에서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서해 인근에 대기하도록 했다. F-15K에는 사거리 278km의 공대지미사일인 AGM-84H(슬램-ER)와 사거리 105km의 AGM-142(팝아이)가 장착돼 있다. 해군도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과 한국형 구축함(KDX-Ⅱ·4500t급), 초계함 등 함정 10여 척을 서해에 전진 배치했다.

주한미군은 U-2 정찰기 등을 동원한 대북 정찰 감시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미군은 연평도에 특수장비를 들여와 북한군이 한국군 레이더 기능을 방해하는 전자전(ECM)에 맞선 방어(ECCM) 임무도 수행했다. 지난달 23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서 전자전으로 한국군의 대포병레이더를 교란시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본보 3일자 A1면 연평 포격때 전자전에도 당했다
▶3일자 3면 軍, 전자전에 속수무책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동영상=北 해안포진지 격파용 미사일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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