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말 아닌 행동 보여야 6자 재개”

백악관 “오바마, 리처드슨 만날 계획도 없어”

미국 백악관은 북핵 6자회담 개최 전에 우선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준수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고 말로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6자회담은 북한이 행동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방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 6자회담을 열었다는 좋은 기분만을 갖기 위해 6자회담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그들의 의무 준수에 진지해진다면 그 때 6자회담 재개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브스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수 주 동안 보여준 호전적인 행동은 책임 있는 방식으로 6자회담을 재개할 약간의 준비라도 돼 있다는 확신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되면 그때 세계는 필요한 것을 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행동이 말이 아닌 행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북한은 자신들의 의무 준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며 “세계는 북한이 그렇게 하는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하고 사용 후 연료봉 1만2000개를 해외로 반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북한을 신뢰할 수 없고 대화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리처드슨 주지사는 사적인 여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이며 우리는 한국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북한의 호전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손잡고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통과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려고 일부 공화당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신이 지난 며칠간 러시아와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우려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