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침몰’ 외교갈등 조짐]“정지명령 어기고 달아나는 배 추격은 정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정부 “합법” 강조하면서도 “사망-실종자 발생 애도”… 한중관계 악화될까 신중
中정부는 추가반응 안 보여

외교통상부는 22일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전복사고와 관련해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것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정부는 서해상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왔다”고 밝혔다. 어선 전복은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 해경의 단속이 유엔 해양법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해경 경비함이 불법 조업이 의심되는 중국 어선에 정선 명령을 내린 지점이 한국의 EEZ 안이었고 이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한 어선을 추적할 권리가 있으며 이 어선을 나포한 지점이 중국의 영해가 아닌 잠정조치수역인 만큼 국제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선 명령을 어긴 것 자체가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어선의 전복과 인명피해가 해경의 물리적 단속의 결과가 아니라 해당 어선의 선원들이 폭력으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같은 회사로 추정되는 다른 중국 어선이 우리 경비함 오른쪽으로 돌진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체포된 중국 기관원도 ‘선장이 왜 그렇게 배를 운전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라늄 핵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20일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사고 당시 영상과 레이더 사진, 선원들의 진술문을 보여주고 사건 경위를 설명한 데 이어 22일에는 “중국이 희망할 경우 사건 조사결과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중국 측 전문가의 참관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희망한다면 증거를 공개할 것이며 이는 양국의 오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1일 한국에 책임자 처벌과 배상을 요구했던 중국 정부는 22일에는 별다른 추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정중동’ 상태다. 사고 발생 하루 이틀 동안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나타냈던 누리꾼들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추적권 ::

외국선박이 연안국의 영해 또는 내수(內水)에서 연안국의 법령을 위반한 경우 이 선박을 공해까지 추적해 나포할 수 있는 연안국의 권리를 뜻한다. 유엔 해양법조약 111조 2항은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 상부수역에서도 추적을 개시할 권리를 부여했으며 3항에 도주 선박이 자국 영해나 제3국의 영해로 들어가면 추적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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