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실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007함 갑판장 겸 구조장인 이영칠 경위(53)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 중국 어선들이 나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서로 배를 묶고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갑판에 철조망을 치는 등 수법이 점점 집단화,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2008년 9월 23일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쇠파이프와 몽둥이로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이 경위 등 4명은 무허가 선박으로 의심되는 중국 어선을 발견하고 검문을 위해 배 위에 올라탔다가 중국 선원 20여 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뒤 흑산면 가거도 서쪽 73km 해상에서 불법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해 배에 오르던 박경조 경위(당시 48세)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아 바다로 떨어져 숨졌다. 이 경위는 “지금도 쇠파이프나 삽, 어구 등으로 위협을 가하고 집단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중국 선원 제압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해경은 중국 어선들이 집단으로 대항하기 때문에 나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1일 오전 신안군 홍도 서북쪽 41km 해상에서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이 우리 측 EEZ에서 무허가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23척을 적발했다. 해경이 단속에 나서자 어선들은 11척, 12척씩 나눠 배를 밧줄로 묶었다. 해경이 고속단정을 투입해 해산에 나서자 선원들은 쇠파이프와 어구 등을 들고 경찰관들이 배에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이 경위는 “가스총과 전기충격기, 3단봉 등 장비를 갖추고 단속에 나서지만 고속단정보다 어선 선체가 높은 탓에 위에서 아래로 흉기를 휘두르면 진입이 쉽지 않다”며 “시위 진압 때처럼 최루탄을 쏴 선원들을 무력화시킨 뒤 제압하는 등 단속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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