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발언… 성희롱 암초 걸린 안상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출범 5개월여 만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지도부 구성을 마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한 안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내에서조차 “집권당 대표가 너무 우스운 모양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교계와의 갈등, 병역 기피 논란, 내년도 예산안 중 일부 예산 누락 등에 이어 ‘여성 비하’ 시비에까지 휘말리면서 여당 대표로서 지도력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안 대표는 평소와 달리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자연산’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상황 수습이 먼저”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헌정회 회원들의 오찬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예정대로 일정을 수행했다. 24일에도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말실수’를 그냥 덮고 가려는 듯한 표면적 분위기와 달리 당 내부적으로는 안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평소 안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문제 삼으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인데도 최고위원들이 주요 당무에 대한 사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예산안 파동에 책임진)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내에서 현안을 사전에 조정하고 절충하는 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다음 총선에서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도 현 지도부를 내세워 2012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안 대표가 ‘자연산’ 발언을 하면서 스님들을 폄훼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언급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불교계와의 관계가 더 불편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는 명진 스님의 봉은사 주지 사퇴 외압설에 대해 얘기하다가 “명진, 도법 등 이름도 비슷한 스님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전히 ‘대안 부재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당장 2012년 7월까지가 임기인 안 대표가 사퇴할 경우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게 되는 만큼 전당대회를 열어 최고위원 전원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안 대표 체제가 조기에 무너진다면 당이 또 당권경쟁에 휩싸이면서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 체제의 유지 여부는 일단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