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부 현안마다 티격태격… 이념 분화? 속내는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한나라당 내에서 주요 정책 현안을 둘러싼 논쟁이 잦아지면서 의원들의 이념적 좌표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보수정당’이라는 큰 울타리 내에 혼재해 있던 이념적 편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한나라당 내 대선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사안별로 엇갈리거나 중첩되는 이념적 위치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최근 당 공식 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과 홍사덕 남경필 의원은 ‘긴장 완화’를 주장했다. 원희룡 사무총장과 정진섭 전략기획본부장도 대북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반면 정몽준 전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이윤성 이경재 의원은 ‘안보태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놓고 첫 관문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위원장인 남 의원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자, 홍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일부와 친이(친이명박)계 등은 ‘조기 처리’를 ‘여야 합의’보다 우위에 두는 의견을 밝혔다.

친서민 정책의 경우 대북정책과 비준안 처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홍 최고위원이 당 서민정책특위를 이끌며 ‘대부업체 대출이자 30%로 규제’ 등 비교적 급진적인 방안을 내놓았고, 당 정책위원회는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연소득 8800만 원 초과구간의 소득세율 조정을 둘러싼 ‘감세 논란’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정 최고위원이 소득세 추가 감세의 철회를 주장했고, 안상수 대표는 소득세를 추가 감세하되 그 대상을 축소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정 최고위원은 27일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온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를 초청해 국회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이처럼 논쟁을 주도하는 의원들이 좌우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분석해 보면 사안에 따라서 중첩되는 경우도 있고 엇갈리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을 놓고 한나라당이 정책 및 이념적으로 양분되는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대선 구도와 맞물린 주도권 경쟁

논쟁에서 유연한 쪽으로의 변화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노선을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민주당은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에 반대했지만, 이에 동조한 한나라당 의원은 없었다. 따라서 논쟁이 격화되더라도 분당 등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 많다.

또 논쟁에 뛰어든 의원들이 아직까지는 박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들과 사안별로 직접 연계를 맺고 있지도 않다. 다만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의원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젊은 층과 이념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야만 하고, 이를 위해 ‘좌 클릭’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최근 북한의 도발로 국민의 대북 강경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변화의 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대립은 시간이 흘러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책 및 이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당내 대선 구도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물밑에서 일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초·재선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모임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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