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말말말]보온병 들고 “포탄” 소주병 들고 “폭탄주”… 정치권 ‘자폭 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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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일러스트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사불급설(駟不及舌·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의 빠름에는 못 미친다). 한번 내뱉은 후에는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 말. 올 한 해도 각 분야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다사다난했던 2010년. 올 한 해에는 어떤 말들이 세간에 회자됐는지 정리했다.

● 정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장관 딸이라서 더 엄격하게 (심사)했을 것.”(9월 3일·장관 딸 특채 파문이 터진 다음 날 아침 출근하다가 딸의 특채가 공정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강용석 국회의원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대통령이) 네 (휴대전화)번호도 따갔을 거다.”(7월 16일·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 명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게 포탄입니다.”(11월 24일·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해 불에 검게 탄 보온병을 들어보이며)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12월 22일·중증뇌성마비 장애아동 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동행한 여기자들과 성형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송영길 인천시장=“이거 진짜 폭탄주네.”(11월 24일·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그을음이 묻은 소주병을 집어 들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직을) 계속 하셔도 좋다.”(12월 23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문제로 사퇴해야 하지만 안 대표는 계속 당 대표를 하는 것이 야당에 도움이 된다며)

정진석 정무수석
정진석 정무수석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혹시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 아닐까요.”(12월 9일·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발매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미끼상품 의혹을 제기하며)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8월 29일·국무총리 후보를 사퇴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각종 의혹은 인정하지 않지만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는 심경을 중국 고사에 빗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 멈춘다.”(이 대통령)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박 전 대표) (2월 9일·충북 업무보고에서 세종시 문제 관련한 당내 분란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잘되는 집안’을 비유하자 박 전 대표가 반박하며)

● 사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내 팔자가 센 거 아닙니까.”(12월 1일·비자금 조성과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자리에서),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12월 15일·2차 소환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출석하며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조현오 경찰청장=“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3월 말·서울지방경찰청장 자격으로 경찰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조현오 경찰청장 차명계좌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9월 5일·조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발언에 대한 동아일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놓고 수저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12월 21일·서울시의회가 주요 사업예산을 삭감한 데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김길태 부산 여중생 이모 양(13) 성폭행 살인범=“저는 모르는데요. 라면 끓여 먹은 것밖에 없는데요.”(3월 10일·경찰에 검거된 직후 취재진에게 한 말)

▽이강국 헌법재판소장=“법관이 특별한 소신, 신념을 갖고 있더라도 그러한 것들을 이유로 재판을 한다면 ‘현대판 원님 재판’ ‘로또 뽑기 재판’이 될 수 있다.”(4월 5일·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튀는 판결’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 장병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난 일개 촌부(村婦)로 일자무식입니다. 하지만 바보천치는 아니에요. 정치는 몰라도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는 압니다.”(5월 12일·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윤 씨가 북한에 왜 퍼주느냐고 자신에게 항변한 것에 대해 ‘대북 퍼주기라고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이에 재반박하며)

● 경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3월 24일·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이석채 KT 회장=“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으며 병사들이 피곤하다고 했다고 쉬었다 갔느냐.”(8월 13일·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T 내부에서 나오는 ‘혁신 피로’와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난감합니다. 국제 전파 미아가 된 기분입니다.”(7월 5일·미국 출장 중 트위터에 삼성전자 갤럭시S가 불통이 되자 문제를 제기하며)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G20 회원국들이)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면 누가 선진국이냐’고 묻는다.”(10월 23일·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 뒤 성과를 소개하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캉드쉬처럼 되지 말라.”(4월 22일·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만나 1997년 외환위기 시절 IMF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초긴축 정책을 강요한 것을 비판하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협정문의 점을 지우는 것도 개정이다. 점이든, 콤마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6월 30일·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 발언은 나중에 재협상이 이뤄진 후 야당의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옛날에 관행적으로, 습관적으로 밑에 시킨 것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져왔다.”(10월 11일·신한은행 본점으로 출근한 라 전 회장에게 기자들이 차명계좌 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소회에 대해 묻자)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큰 배는 빠른 방향 전환이 어려워 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3월 11일·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조기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 문화·연예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아버지의 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 (8월 24일·국회 문화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5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딸이 집단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타블로(가수)=“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잖아요.”(10월 1일·방송에서 일부 누리꾼이 제기한 학력 위조설에 대해)

▽‘4억 명품녀’ 논란 김모 씨=“직업은 없고 부모가 준 용돈을 받아 명품 생활을 유지한다.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것만 4억,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3억 원이다.”(9월 7일·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의 ‘텐트 인 더 시티’에서)

법정스님 유서
법정스님 유서
▽법정 스님=“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3월 11일·입적 당시 남긴 유서에서)

▽이외수(소설가)=“나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길 힘은 남아 있다.” (11월 23일·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자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설도윤(뮤지컬 제작사 설앤컴 대표)=“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밥상을 받다 아예 밥맛까지 떨어지는 셈이죠.”(8월 31일·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소수의 대형 뮤지컬 제작사가 너무 많은 작품을 올리다 보니 작품 귀한 줄 모른다며)

● 스포츠

▽이승훈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리스트
=“지금 나는 가장 밑바닥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정상에 갈 수 있었다.”(2월 24일·금메달을 따낸 후)

▽김연아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2월 26일·금메달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느낌이 어떤지 궁금했다며)

▽허정무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내가 한 일은 없다.”(6월 23일·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이청용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표=“우리 뒤에 국민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6월 29일·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종범 프로야구 KIA 선수=“박수 칠 때 왜 떠나나? 더 열심히 뛰어야지.”(8월 3일·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은퇴 등 거취를 묻는 질문에)

亞경기 金딴 정다래
亞경기 金딴 정다래
▽정다래 광저우 아시아경기 여자 평영 200m 금메달리스트=“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부모님, 코치님 그리고 동현이. 동현이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11월 17일·금메달을 따낸 직후 남자친구가 보고 싶다며. 정다래는 이후에도 많은 돌발 발언을 쏟아내 수영계나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리던 ‘4차원 소녀’라는 별명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정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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