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증가속도 빠른데 제도적 인프라는 못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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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 진수희 복지부장관 인터뷰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9층 장관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을 갖고 “내년부터 부처마다 난립해 있는 복지사업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9층 장관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을 갖고 “내년부터 부처마다 난립해 있는 복지사업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복지 예산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복지 체감도와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복지국가론’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을 의식한 듯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인터뷰에서 복지예산의 효율성 문제부터 강조했다.

―복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 예산이 많이 늘었고 사업도 많이 늘었는데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습니다. 다른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최근 몇 년간 복지 예산의 증가 속도는 압도적으로 높은데 예산을 잘 쓰기 위한 제도적인 인프라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때 부처마다 복지 사업을 내놨는데 중복도 있고 누수도 있었습니다. 각 부처가 급하게 복지 관련 예산을 만들어 놓고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당장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몰아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의 혜택을 자꾸 없애려 하니 더욱 힘든 상황입니다.”

―새해엔 특히 복지 혜택의 효율적 배분 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각 부처의 복지사업을 총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면 같은 돈을 쓰면서도 체감도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복지 혜택을 받는 층의 데이터도 충분히 만들어 복지혜택 수급자 간 형평성도 제고할 수 있습니다.”

―‘더 받으려면 더 내야 한다’는 얘기도 조금씩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서 국가가 그냥 세금 갖고 모든 취약계층을 다 보호해주자는 복지 정책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일정한 세금을 걷고 틈새는 민간 자원으로 메우는 방식이 사회 통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장관이 돼서 ‘이거 하나만큼은 꼭 하고 나갔다’는 평가를 듣고 싶은 정책이 있는지….

“처음에는 자활이나 나눔 등 복지 쪽 일과 1차 의료 활성화 대책에서 기초라도 깔아 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한두 개 내 이름표가 달린 업적을 남기고 가면 다른 필요한 것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 많이 다녀 일각에서는 ‘이재오 장관 따라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현장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지 수혜자의 반응이 보이니까요. ‘이재오 장관 따라한다’는 말도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장관은 옆에서 굉장히 잔소리를 많이 하십니다. 또 대통령께서도 ‘요즘 장관들이 현장에 많이 안 간다고’고 말씀하십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예산이 늘어나고 사업이 늘어났는데 이것을 운반하는 복지직 공무원들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서민들과 상담하는 복지직 공무원을 늘리고 규제를 위해 일하는 행정직 공무원들은 줄일 계획입니다. 복지직 공무원들이 일대일 사례관리를 하면 수혜자도 체감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복지부의 건강관리 서비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입니까.

“그것이 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하고도 연결이 됩니다. 건보 재정에서 지출을 줄이려면 사람들이 오래 살면서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료 개혁에 대한 묘안은 짜고 있습니까.

“1차 의료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병원이나 의사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굉장히 지난(至難)한 작업입니다. 패키지 딜이 필요합니다. 의사 약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다 한 울타리에서 전체 그림을 그리다 보면 누가 더 손해 보고 더 이익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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