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도 알고 계시나요? 최근 북한 지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고는 어느 누구도 우상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답니다. 건강을 회복하자 자신의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아들 김정은에 대한 권력 이양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올해 6월 한 탈북자의 전화 제보에 기자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부자지간이라도 살아있는 권력자가 자신의 힘을 나눠 주고 싶겠어? 김정은은 아직 너무 어리지 않은가….’ 이런 판단이 서자 유사한 정보들만 눈에 보였다.
북한이 올해 두 번째 최고인민회의를 열던 6월 7일 아침 동아일보 8면에 나간 ‘北 오늘 최고인민회의…김정은 후계 이상說’ 기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북한 3대 세습은 정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탈북자와 기자의 ‘희망적 사고’가 낳은 오보였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어긴 것이면서 북한학 박사로서 ‘전문가적 회의(懷疑)’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였다.
올 한 해 급변하는 북한 정세와 남북관계를 추적하며 쏟아낸 기사들을 돌이켜 보니 반성할 대목이 하나둘이 아니다. 오보와 추측기사가 적지 않았다. 정보 제공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희망 섞인 기대가 반영된 분석을 싣기도 했다.
기자는 이런 현상을 ‘분단 저널리즘’이라 부르고자 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 상황에서 북한과 남북관계를 다루는 한국의 기자들이 공정성과 객관성, 취재원의 공개, 전문가 인용의 적정성 등 서구 저널리즘이 구축한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붙여본 이름이다.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정보가 국민의 관심에 비해 태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북한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자들도 제대로 된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틀린 정보는 물론이고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정보도 많지만 시간에 쫓기며 경쟁해야 하는 현장 기자들은 일단 쓰고 보자는 충동을 느끼기 쉽다.
이런 분단 저널리즘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어야 마땅하다. 통일로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기 전까지 저널리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현장 기자들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당국자들의 전향적인 정보 공개 자세도 필요하다.
나아가 언론과 정부의 전략적 협조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당국자들도 북한의 급변과 남북한 통일이라는 역사적 격변기에 언론과의 협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북 문제는 정부와 언론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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