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6자회담’ ‘남북대화’ 등을 언급한 것과 달리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는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듯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 ‘통일외교 추진’ 등을 보고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과 통일·외교부 사이에 엇박자가 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미묘한 인식의 차이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2개월 동안 간부회의 등을 거쳐 청와대에 올린 초안은 북한의 변화와 통일 대비 등과 관련해 상당히 강한 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8일 열린 최종 점검 과정에서 일부 표현을 순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당초 통일부는 ‘북한의 변환’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어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변환’ 대신 ‘변화’라는 표현을 쓰자는 일부 참모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통일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며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부 내용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이날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 재개 추진’이라고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를 정면 거론하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북한을 대할 때 늘 대화와 제재라는 ‘투 트랙’을 갖고 접근했다”며 원칙적인 메시지라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 발언과 외교부 보고 내용에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관측이다.
외교소식통은 “이 대통령 언급은 내년 1년간의 계획을 얘기한 것이어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며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이 2012년에 핵보유국을 선언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에는 6자회담을 진전시켜 핵 폐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는 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의 인식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언급한 것도 통일 이전에 남북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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