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해바다 지킨 해경 2인의 다짐
“천안함 조작설… 연평도 원인제공설… 그 사람들, 대한민국 국민 맞습니까”
천안함 승조원들을 신속하게 구조한 공로로 특진한 인천해경 김경수 경위(오른쪽)와 연평도 포격 도발 당일 처음으로 입도해 구조작업에
나선 인천해경 특공대 정구소 경위가 28일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 부두에 정박 중인 3005함 갑판 위 벌컨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올 한 해 국민의 시선은 온통 서해로 쏠렸다. 3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아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채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4월에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쌍끌이 어선 98금양호가 대청도 해역으로 이동하다가 침몰해 9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두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인 포격 도발을 가해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숨졌다. 또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과 신안 앞바다 항로페리호 ‘퍼펙트 구조’에 이르기까지 서해는 사건과 사고로 점철됐다. 해양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며 인명 구조작업에 몸을 던졌다.
28일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 전용부두에서 천안함 승조원들을 신속하게 구조한 공로로 특진한 인천해경 김경수 경위(46)와 연평도 포격도발 당일 처음으로 입도해 구조작업에 나선 인천해경 특공대 정구소 경위(51)를 만났다.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 베테랑 해양 경찰관 2명이 느낀 긴박하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과 숨 막히는 구조 과정을 들어봤다.
○ 아, 잊지 못할 천안함
“일부는 군복을 입었지만 대부분 반바지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승조원들이 침몰해가는 함수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들은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고속단정에 옮겨 탔습니다.” 천안함 구조 순간을 전하는 김 경위의 눈동자가 빛났다. 해군의 구조 요청을 받은 인천 해경은 당시 대청도 인근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501함을 출동시켰다. 1994년 순경에 임용된 뒤 줄곧 서해5도에서 경비함을 타 백령도 해역의 특성을 잘 알고 있던 김 경위는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북한이 저지른 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직감했다. 천안함에 다가가니 함미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함수 윗부분만 수면에 드러난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501함과 천안함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장병 55명을 실어 날랐다. 김 경위는 “하늘이 도왔는지 장병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함이 함수를 하늘로 들어올리며 가라앉기 시작했다”며 “천안함의 처절한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인천해경 특공대에서 전술팀장을 맡고 있는 정 경위는 “98금양호의 침몰은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며 “정부가 의사자(義死者)에 준하는 예우를 갖춰 의로운 넋을 달래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 연평도에서 드러난 북한의 만행
“그 평화롭던 섬 마을 전체가 불타고 있었어요. 민가에도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퍼부은 북한의 만행에 분노와 함께 치가 떨렸습니다.” 정 경위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경 특공대원 18명과 함께 311함에 승선해 24일 오전 3시경 연평도 당섬나루터에 도착했다. 북한의 도발 이후 처음으로 구조인력이 연평도에 들어간 것.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은 계속 번지고 있었고, 포탄에 놀란 주민들은 섬을 빠져나오려고 나루터로 몰리는 등 섬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요.” 정 경위는 특공대원 일부를 나루터에 배치해 피란 주민들을 돕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 이어 포탄 파편에 맞아 부상한 주민들을 경비함으로 이송했다. 그는 이달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끝나 평온을 찾을 때까지 연평도에 머물렀다. 정 경위는 “민간인까지 숨지게 한 북한의 도발을 우리 국민들이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중국어선 단속은 ‘양날의 칼’
“단속 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다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우리 경찰관이 부상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인천해경에 복귀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에 여념 없는 이들에게 이달 18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해상에서 발생한 중국어선 침몰사고에 대해 묻자 모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 경위는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나 삽, 어구는 물론 죽창에 낫까지 매단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하기 때문에 제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찰관들에게는 권총형 전기충격기인 ‘테이저 건’과 가스총이 지급되지만 해상 감전 위험 등으로 무용지물에 가까워 방패와 진압봉만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경위는 “해적에 가까운 중국 선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첨단장비와 진압법을 개발하고, 경비함과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해에는 서해5도에 평화를
“천안함 침몰사건은 조작됐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은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서요? 그 사람들, 대한민국 국민 맞습니까. 어이가 없어서….” 정부와 외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합동조사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연평도 도발을 북한이 시인했는데도 조작설 등을 유포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친북세력들을 비판했다. 김 경위는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들로 국론을 분열하니까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차단돼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어민들이 마음 놓고 조업에 나서 만선(滿船)의 풍어를 누리는 한 해가 된다면 우리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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