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수석 민주당 새해 인사 놓고 충돌

손학규 “李대통령 메시지 없다면 돌아가라”
청와대 “예방은 관행… 속좁음-이중성 경악”

“인사치레로 올 거면 뭐 하러 오셨습니까.”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일 서울 영등포 당사로 새해 인사를 온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대통령 메시지도 없이 뭐 하러 왔나”라며 돌려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도 쏟아냈다.

손 대표는 정 수석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대통령이 인사를 전할 마음이 있으면 수석을 통해 인사치레를 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의 날치기 통과에 대한 유감의 뜻을 갖고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보고 실망했다. 국정이 이렇게 파행된 데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야당과 의회를 그렇게 무시하고 짓밟으면 나라의 격이 떨어지고 대통령의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수석은 “오늘은 대통령의 말씀을 전하러 온 것이 아니다. 야당 최고지도자를 연초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찾아뵙는 건 당연한 것이다. 겉치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손 대표는 “대통령의 메시지나 인사를 전하러 온 것이 아니면 뭐 하러 왔느냐. 야당 대표가 할 일이 없어서 인사치레로 인사를 받겠느냐. 메시지가 없다면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차영 대변인이 전했다.

손 대표는 또 “제1야당 대표가 오죽하면 길거리에서 거적때기를 깔고 그렇게 하겠느냐. 이 대통령은 ‘웃기네’ 하면 그만이겠지만 국민에게 날치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또 “이 대통령께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수석은 “역정 내지 마시라. 대통령도 (손 대표의 거리투쟁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손 대표는 “개인적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초에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지도자들을 예방하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라며 “신년인사차 찾아간 정무수석을 공개적으로 힐난한 손 대표의 속좁음과 이중성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권에 예방이란 있을 수 없고 모든 만남에 용건이 있어야 한다면 손 대표는 무슨 정치적 거래를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났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더 낮게, 더 가까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100일간 전국 234개 시군구를 도는 ‘희망대장정’을 시작했다. 연말 예산안 강행 처리 파동에 따른 전국 순회 장외투쟁의 후속편이다. 이날 첫 행보로 경기 부천시를 찾아가 무상급식 등을 주제로 시민들과 정책간담회를 했으며 서명운동도 벌였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