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김정일, 아리랑공연 美 입맛 맞게 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작년 美외교전문 공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해마다 10만여 명을 동원해 공연하는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을 지난해 미국과 남한의 취향에 맞춰 수정한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통해 알려졌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가 운영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andocu.tistory.com)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지난해 8월 28일자 주한 미국대사관발 외교전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5일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아리랑을 미국인들의 ‘입맛(taste)’에 맞추려 미사일 발사를 표현한 대목을 삭제했다. 또 남한이 이 공연에 군인들이 동원되는 점을 싫어하는 것을 고려해 학생들로 출연진을 바꾸기도 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현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최근 어려움에 빠진 것은 상호불신 때문”이라며 “(남측의) 통일부가 밀려나고 외교통상부가 주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문은 “김 위원장은 현재 북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나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현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을 회생시키고 싶지만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부족하고, 북한보다 오히려 남한에 장애물이 더 많다”고 개탄한 것으로 전문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고 통역 오류로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당시 북한이 다소 유화적이고 남한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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