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 전 중국의 한 지방신문이 보도한 북한 국적자 관련 소식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에 사는 북한 국적자들의 국적 포기를 촉발한 것.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18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서 발행되는 지방지 양쯔(揚子)만보는 중국에서 53년을 거주해 온 북한 국적의 60대 여성이 최근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장쑤 성 전장(鎭江) 시에 사는 김정자 씨(61)로 전장 시 공안국이 발급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입적(入籍)증서’를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신문에 게재됐다. 신문은 김 씨가 전장 시에서 중국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중국에 사는 북한 국적자로 이른바 ‘조교(朝僑)’였다. 1950년에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조선족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1958년 모친 및 친척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 북한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평양에서 1965년까지 7년여를 거주하며 초중학교를 마친 그녀는 15세이던 1965년 다시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후 중국인 남편을 만나 생활해왔다. 중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고 현지 풍습에도 익숙하지만 신분은 ‘외국인’이었다. 김 씨는 “언제나 외국인 딱지가 따라다녔다”며 “외지에 나가면 호텔을 잡기가 어려웠고 중국의 은행을 이용하는 데도 제약이 따랐다”고 말했다.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는 이 뉴스는 이후 70여 개의 중국 웹 사이트에 전재됐다. 김 씨와 처지가 비슷한 조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린(吉林) 등 중국 동북지방의 신문에도 다시 실렸다. 이후 현재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조교들이 앞다퉈 북한 국적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베이징(北京) 소식통에 따르면 그 뒤 주중 북한 공관에는 조교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외국인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지방 공안국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북한 공관에서 발급하는 국적 포기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북한 국적을 포기하는 이유는 중국의 사회안전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인 이들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나 최저생계비 지원 등의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돼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북한 당국은 중국 신문의 보도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고 주중 공관에 확인서를 교부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공안에 줄만 닿으면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노하우’가 조교 사이에 공유되는 등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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