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오른쪽)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홍준표 최고위원.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최고위원회의 앞머리의 공개된 시간에는 구제역 피해와 물가안정 대책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홍준표 최고위원이 “정부 인사가 잘못됐을 때는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병수 최고위원이 “대통령 비서 출신을 감사원장에 선임하는 게 정당한 인사냐”며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를 겨냥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정동기’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오전 9시 반경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하자 안 대표가 직접 나섰다. 안 대표는 “정 내정자 (거취) 문제가 언론에서 거론되는데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운을 뗐다. 정 내정자 문제는 이날 회의의 정식 의제가 아니었다. 이어 안 대표가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 전원과 심재철 정책위의장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 모두 정 내정자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안 대표는 중국에 출장을 간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결과를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론에 적잖이 당황해 귀국 일정을 11일 새벽으로 하루 앞당겼다. 김 원내대표와 통화한 안 대표는 지도부 의견을 곧바로 발표하자고 제안해 관철했다. 10여 분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의견수렴 및 결론이었다.
일부에선 청와대와의 협의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안 대표는 원희룡 사무총장에게 “지금 즉시 청와대에 당의 결정사항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원 총장은 오전 9시 40분경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임 실장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어 당의 결정을 담은 쪽지만 전달했다고 한다. 쪽지를 본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이 회의장을 나와 원 총장과 통화했다. 예상치 못했던 당의 결정에 격앙된 정 수석이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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