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부처들이 잇따라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기존 인사 관행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파격인사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각 부처가 대대적으로 벌였던 인사혁신과 ‘닮은꼴’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반환점을 돌아 3, 4년차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과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파격인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닮은꼴 파격인사는 김동수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물가감시 기구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최근 물가감시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기능별로 나눠진 조직을 산업별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안과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인사 쇄신방안을 내놨다. 국장급 간부 10명 중 7명이 자리를 바꿨으며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간부 역시 49명 가운데 30명이 교체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주로 부이사관급이 맡던 각 국의 총괄과장에 서기관급을 승진 발령해 행정고시 27∼33회 출신 위주였던 총괄과장의 기수가 38회까지 낮아졌다. 또 일반 과장급 간부의 기수는 행시 43회까지 내려가면서 일부 과는 고참 서기관이 후배 과장과 함께 일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인다.
공정위가 이전에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단행한 것은 2005년 12월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국·실제를 본부·팀제로 바꾸면서 전체 간부의 70%를 교체했다. 또 국·과장급 10명을 무보직 조치하면서 부이사관급을 본부장에 앉혔다. 최근 이뤄진 발탁 인사와 흡사하다.
드래프트제를 부활시킨 기획재정부의 대규모 과장급 인사도 2005년 이뤄진 파격적인 인사의 복사판이다. 재정부는 9일 각 실·국장이 함께 일할 소관 과장에 대해 2∼3배수 추천을 하면 인사위원회에서 조율해 낙점하는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과장급 간부 94명의 절반에 가까운 46명을 교체했다.
상급자가 함께 일할 하급자를 직접 선택하는 내부 스카우트식 인사제도인 드래프트제는 노무현 정부 3년차였던 2005년 재정경제부에서 처음 도입했던 제도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당시 재경부는 국장급 간부 3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과장급 7명이 2선으로 물러난 것과 함께 68개 과장급 자리 가운데 33명이 교체됐다.
이처럼 5년 안팎을 주기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인사혁신의 칼바람이 부는 것은 정권 후반기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정권이 산적한 국정 과제의 추진력을 높이려다 보니 공직사회를 긴장시키려는 시도로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실무에 강하고 충성도가 높은 젊은 간부를 발탁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가 되면 정책추진 속도를 높여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진다”며 “5년마다 대대적인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공직사회에 기강을 확립하려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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