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9개월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광범위한 재평가가 이뤄진 시기였다. 곧 권력 교체기를 맞는 중국으로서도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것이다.”
차기 미국 국방장관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61)은 “19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국제관계를 둘러싸고 미국과 어떤 협력적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안보에 대한 미중의 협력방안 모색은 이번 회담의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안보지형이 많은 변화를 보인 주원인은 무책임하고 호전적으로 행동했던 북한과 북한을 감싸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던 중국이었다”며 “이들(북한과 중국)의 행동은 새해에도 동북아 안보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잠재적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하순 햄리 소장을 인터뷰한 데 이어 11일 e메일을 통해 내용을 보충했다.
―미국에도 중국 문제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는데….
“중국과의 관계는 최근 12∼15개월 사이에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이 지금처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나 우방국과 지속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의 편에 서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허심탄회하게 직설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갖는 중요성은 무엇인가.
“후 주석의 임기는 끝나가고 있고 중국 정부 역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국제관계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지를 집중 타진할 것이다. 특히 전환기의 중국 정부가 동북아 안보문제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를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후 주석의 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 임기는 각각 내년 가을과 2013년 3월이다)
―미중이 아시아 지역 국제문제에서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양국의 이익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 문제 역시 양국 모두 한반도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가장 중요한 양국 갈등은 중국과 그 주변국의 관계에서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주변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미국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본다. 양국 정부의 최고지도자급이 모두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양국의 현 상황을 위기로 보나.
“위험한 것은 확실하지만 위기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북한은 실패한 정권이고 어느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독불장군식의 행동을 보였다. 북한이 가장 능한 것은 주변 국가를 위협하고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북한은 비단 한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중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남한의 관용(tolerance)이 북한 정권의 잘못된 판단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사견이지만 북한은 자기 멋대로 행동하더라도 한국이 반발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으며 미국 역시 북한의 핵 억제력 탓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판단 착오이자 실수다. 북한은 자국이 가진 억제력에 대해 원초적이고 나이브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 생각은 북한으로 하여금 매우 심각한 오판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요소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북한이 자국의 자위력에 대해 갖고 있는 오판에 따른 지속적인 도발은 한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억제력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 아래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결정적인 오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자신감을 갖고 강력한 대처를 해야 한다.”
―레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반대다. 안보위기는 레드라인이 설정하는 상황과는 달리 인과관계가 매우 불명확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1년 전보다 악화된 것 아닌가.
“현재 처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력이나 한국의 군사력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점에서 안보환경은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북한이 더욱 분별없고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독재 체제하의 북한 체제가 모험주의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안보전력을 유지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방장관 후보인데….
“나를 말하는 것인가. (웃으며) 나는 아니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현직에 더 머물러 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펜타곤에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존 햄리
△1950년 사우스다코타 주 출생 △1978년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박사 △1978∼1984년 의회예산국(CBO) 부국장 △1993∼1997년 국방부 차관 △1997∼1999년 국방부 부장관 △2000년 4월∼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겸 최고경영자(CEO) △주요 저서: 21세기 과학기술과 안보: 미국 군사수출 통제개혁(2001년), 항공우주방위(1985년), 전략적 명령, 통제 그리고 통신: 군사현대화의 대안적 접근(1981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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