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재직 중 경험을 책으로 출판하려다 국정원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원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정상회담 해설집-10·4정상선언을 말한다’를 탈고해 2009년 초 국정원의 허락을 받으려 알아봤으나 후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가을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북한 핵의 종말’을 써 출판 승인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고 지난해 12월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관계’를 써 승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보당국의 수장이 재직 중 취득한 대북정보를 책으로 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직원법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아낸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비밀을 공표하고자 할 경우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국정원장은 비밀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허가해야 한다’는 단서 규정이 붙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2008년 회고록인 ‘피스메이커’를 출판했다. 서훈, 한기범 전 3차장도 재직 중 얻은 북한 정보로 논문을 써 각각 2008년과 201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출판 불허는 김 전 원장이 재직 중 잦은 외부 노출과 말실수 등으로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 때문이 아니냐는 게 국정원 안팎의 시각이다.
김 전 원장은 “좀 섭섭하지만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그는 “내 책에는 비밀은 없고 이미 공개된 언론보도와 논문 등을 인용해 서술했다”며 “설혹 비밀이 있더라도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직 국정원장이라는 폭발력 때문에 후배들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의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일본의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3년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러려고 했는데 아직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좀 더 기다려야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이념 논란에 대해서는 “나는 ‘좌빨’이 아니고 ‘지북파(知北派)’”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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